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오늘(1일) 개국 4주년을 맞았다. 종편 4사(JTBC, 채널A, MBN, TV조선) 중 4년 동안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며 지상파도 위협할 정도로 커진 방송사도 있고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적을 내놓지 못하고 방송평가를 통과하기 위해 겨우겨우 종편의 구색을 갖추고 끌고 가는 방송사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JTBC는 이제는 종편끼리의 경쟁을 넘어 지상파와 나란히 비교되고 경쟁하고 있고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며 해외에 포맷 수출도 하고 있다. MBN, TV조선, 채널A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는 있지만 콘텐츠가 아직도 보도 부문에 집중돼 있고 예능이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종편 4사가 아직까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다. 편파적이고 선정적인 보도가 계속되고 있고 편성도 수없이 바뀌며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등 여전히 불안 불안하다.
◆ JTBC, 콘텐츠는 다양-편성은 오락가락
JTBC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실시한 방송평가에서 지난해 실적을 종합한 결과 종편 중 1위를 기록했다. 지난 3년간 종편 평가 점수 중 최고 점수를 냈다. 내용(프로그램 질 평가, 수상실적, 자체 심의, 시청자 의견 반영 등)과 편성(시청자위원회, 제작프로그램 편성평가, 어린이 편성, 재난방송 등) 영역에서도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보도, 예능, 드라마 등 종편이 갖춰야 할 콘텐츠들을 제작하는 가운데 다양성을 놓치지 않았다. ‘히든싱어’, ‘비정상회담’, ‘마녀사냥’, ‘썰전’, ‘크라임씬’ 등이 중심을 잡고 가면서 ‘냉장고를 부탁해’,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투유 프로젝트-슈가맨’과 같은 새로운 예능들이 힘을 실어줬다.
끊임없이 신상 예능들을 내놨지만 JTBC가 올해 시도한 편성변경은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기본적으로 시청률 상승과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한 편성이라고는 하지만 올해 내내 이뤄진 편성변경은 시청자들을 짜증나게까지 했다. JTBC의 잦은 편성변경은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한 프로그램이 적으면 한 번, 많으면 세 번 이상 편성이 변경됐다. 해당 시간대에 잘 보고 있던 시청자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전략적으로 편성을 변경했겠지만 편성이 변경된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반토막이 나는 경우도 있었고 자리를 잡을 때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이뿐 아니라 새 예능에 대한 평가도 가혹했다. 저조한 시청률이 이유라고는 했지만 화제성이 높았던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종영은 시청자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이후에도 여러 예능프로그램들이 막을 내려야 했고 지금도 JTBC의 가혹한 시험대가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콘텐츠를 계속해서 생산해낸다는 건 칭찬받을 만하지만 거듭되는 폐지, 편성변경은 아쉽기만 하다.
◆ TV조선, 공격적인 예능편성 그러나 결과는..
TV조선은 올해 초 송창의 PD를 영입해 본격적으로 예능프로그램 제작에 나섰다. 송창의 PD는 톡톡 튀고 파격적인 포맷으로 예능의 트렌드를 만들며 1990년대 예능프로그램의 전성기를 이끌어낸 인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등을 MBC의 대표 예능자리에 올려놨고 2006년 tvN으로 이적해 ‘막돼먹은 영애씨’, ‘롤러코스터’, ‘현장토크쇼 택시’, ‘화성인 바이러스’ 선보인 스타 PD다.
송창의 PD를 영입한 건 보도 외에 이렇다 할 예능프로그램을 내놓지 못하고 선정적이고 편파적인 보도로 툭하면 방송통신심의위의 제재를 받는 단골이었던 TV조선의 과감하고 새로운 도전이었다. TV조선의 제작 본부장으로 나선 송창의는 지난 9월 ‘이경규의 진짜 카메라’, ‘인스턴트 재발견! 간편밥상’, ‘난생처음’, ‘영수증을 보여줘’, ‘글로벌 반상회-국제아파트’, ‘모란봉 클럽’ 등 신규프로그램 6편을 한꺼번에 편성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시청률은 1%대를 기록하며 저조한 편은 아니지만 화제성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TV조선이 갖고 있는 색채가 강해 새로운 시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채널A, 이영돈 PD 퇴사 후 애매해진 정체성
채널A는 지난해 이영돈 PD 퇴사 후 정체성이 애매해졌다. 채널A의 강점은 교양이었는데 이영돈 PD가 지난해 8월 사표를 내고 JTBC행을 택하면서 교양이 힘을 잃었다. 채널A는 개국 당시 이영돈 PD를 영입해 교양 프로그램들을 제작하면서 종편 중 가장 먼저 방송사 색깔을 갖췄다.
하지만 이영돈 PD와의 이별 후유증은 너무 컸다. 김진 기자가 이영돈 PD가 진행했던 ‘먹거리 X파일’을 이어 받았지만 이전만큼의 화제성을 만들어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채널A는 예능 제작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는 호평을 받을 만했다. 장수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를 앞세워 톱배우 최수종을 캐스팅해 탈북 미녀와 함께 하는 ‘잘 살아보세’를 제작했고 ‘구원의 밥상’, ‘아내가 뿔났다’, ‘풍문으로 들었쇼’를 선보였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MBN, 김주하 영입 그리고 뒤늦은 예능 폭탄편성
MBN은 지난해 김은혜 앵커에 이어 김주하 앵커를 영입해 주전공이었던 보도 부문을 강화했다. 김주하의 MBN행은 손석희의 JTBC행만큼 주목을 받았다. 스타 앵커 김주하를 영입하면서 MBN의 보도파워가 강해졌다. 이어 MBN은 김주하를 전면으로 내세워 메인뉴스 단독 진행을 맡겼다. 주중 메인 시간대 여성 단독 앵커는 국내 방송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화제가 됐다. MBN의 뉴스가 더욱 탄탄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예능과 드라마에서 큰 힘을 쓰지 못했다. 드라마는 꾸준히 시도하고 있지만 큰 성과를 보지 못하고 예능은 개국 당시부터 강점인 떼토크 예능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고 있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그러던 중 MBN은 내년 방송평가를 의식한 듯 뒤늦게 예능 제작에 나섰다. 가수 겸 방송인 배철수의 동생으로도 잘 알려진 전 SBS 제작본부장 배철호 PD가 MBN으로 이직한 것도 예능제작이 활발해진 이유다.
MBN은 12월에만 무려 4개의 신규 예능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지난달 29일 ‘야생셰프’에 이어 ‘오시면 좋으리’, ‘공포의 외식구단 - 궁극의 레시피’, ‘전국제패’ 등을 선보인다. 기존 MBN 예능과 다른 점은 단순히 떼토크가 아니고 출연자들도 새롭다. 김수로, 전현무, 이수근, 이경규, 이휘재, 김광규, 장동민, 윤민수, 한은정, 정진운 등 그간 MBN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연예인들이 출연한다는 점이 색다르다. MBN의 과감한 시도가 제대로 통할지 주목할 만하다. /kangsj@osen.co.kr
[사진] JTBC, TV조선, 채널A, MBN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