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통해 사람의 첫인상을 판단한다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박혁권은 좋은 느낌을 주는 데 성공했다. '육룡이 나르샤'에서 길태미 캐릭터를 시청자들의 뇌리게 깊숙이 박힐 수 있도록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남성이 짙은 아이 메이크업을 소화할 정도로 몸을 아끼지 않고 연기하는 불꽃 투혼과 인간적인 매력이 묻어난다.
박혁권은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에서 길태미와 길선미라는 1인 2역을 맡아 반전 매력을 드러냈다. 길태미는 고려의 권력을 쥔 도당 3인방 중 하나. 홍인방(전노민 분)과 사돈에, 이인겸(최종원 분)의 오랜 심복으로 출중한 무술 실력을 가진 삼한 제일검이다.
하지만 검객이 가지는 강렬한 카리스마와는 상반되게 고상한 말투와 화려한 메이크업을 즐기는 여성성을 지녀 웃음을 안긴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색다른 매력을 선보인 박혁권은 화려한 메이크업 기술과 다채로운 한복 패션감각, 반전의 검술 실력까지 익혔다. 소위 '길태쁘'(길태미 예쁘다)라는 애칭을 얻으며 아름다움과 카리스마가 공존하는 길태미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이다.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모습으로 미움을 받아 마땅한 인물이지만 그의 매력에 푹 빠진 시청자들은 "길태미를 오래 보고 싶다"며 죽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치곤 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길태미의 목숨을 건 최후의 대결이 펼쳐지고 말았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육룡이 나르샤' 17회에서 홍인방의 역모 사건이 조작으로 밝혀지고, 해동갑족이 이방원(유아인 분)의 손을 들어주면서 권력의 추가 다른 쪽으로 기우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날 길태미를 물리치기 위한 이방지(변요한 분)의 위협이 시작됐다.
이날 길태미는 이성계(천호진 분), 정도전(김명민 분), 이방원의 무리에 둘러싸이자 "셋을 센다. 셋 동안 길을 트지 않으면 전부 죽일 것"이라고 소리쳤다. 이에 이방지는 "일생을 이인겸 밑이나 닦고 산 게 사실이잖아. 어딜 가려고? 그냥 그렇게 가면 안돼지. 삼한 제일검 칭호는 여기 놓고 떠나거라"라고 화를 돋우었고, 길태미는 "그래 네 놈을 살려두고 떠날 순 없지"라며 달려들었다. 한편 배를 타고 도망가려던 홍인방은 대근의 배신으로 이방원에게 추포당했고, 이인겸은 이성계로부터 가택 연금 명령을 받았다.
검객들이 펼치는 화려한 무술신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짜릿함을 선사하며, '육룡이 나르샤'의 몰입감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더욱이 박혁권은 박쥐처럼 교활한 길태미를 연기하는 데 있어서 시시때때로 변화는 표정으로 캐릭터의 묘미를 살리고 있다. 감정을 숨기지 못하며 솔직하게 움직이는 눈동자와 입꼬리는 보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통통 튀는 길태미를 오버스럽지 않게 그린 것은 박혁권의 힘이다. 대본을 살아숨쉬게 만들었기 때문. 그가 악역이지만 밉지 않은 정감 가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길태미를 탄생시켰다. 박혁권은 올해만 해도 '펀치' '착하지 않은 여자들' '프로듀사' '라스트' 등 드라마 5편을 터뜨렸다. 앞으로도 쭉 지켜봐야 하는 배우임에는 틀림없다./ purplish@osen.co.kr
[사진]'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