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일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은 없다. 거기에 편견과 선입견이라는 색안경이 더해지면 사람은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실체가 없는 이야기는 어느새 사실이 되고 진실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하지만 색안경 너머에는 예상치 못했던 것들이 숨겨져 있었다.
지난 30일 오후 KBS 2TV 예능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에서는 유독 남자에게만 관심을 보내는 노총각 외삼촌을 걱정하는 조카의 사연이 전파를 탔다.
사연의 주인공인 외삼촌은 남다른 취향을 갖고 있었다. 그의 집에는 남자 연예인 사진, 심지어 그냥 사진이 아닌 반 누드 남자 모델들의 사진이 방과 거실, 욕실, 냉장고, 천장에까지 도배가 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남자 연예인의 스크랩북을 신줏단지 모시듯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다. 이런 외삼촌의 모습에 조카는 그 이유를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저 취향이니 신경 쓰지 말라는 말 뿐. 어딘가 석연치 않은 반응에 조카는 외삼촌의 성 정체성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외삼촌은 남자 연예인 사진을 모으는 것으로도 모자라 남자들에 대한 스킨십도 주저하지 않았다. 남자 조카를 오랜만에 만나 악수를 할 때면 유난히 그 손을 더듬는 것처럼 보였고, 다 큰 조카의 엉덩이를 토닥이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고민을 가지고 나온 조카의 남자친구에게도 그런 행동은 계속됐다. 남자친구를 처음 소개하는 자리에서 외삼촌은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얼마나 만났는지 등의 일반적인 질문이 아닌 “피부가 너무 좋네. 우윳빛깔이네”라는 말을 건네며 사적인 질문을 계속했다. 이를 수치스럽게 여긴 남자친구와 그런 외삼촌을 둔 조카는 결국 헤어지고 말았다. 또한 외삼촌은 스킨십에 이어 거리에서 마주친 남자들을 지긋한 시선으로 바라보다 시비가 붙는 일도 적지 않게 있었다.
모든 정황이 의심스러운 가운데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혹시나 남다른 성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조심스레 물어보는 MC들의 질문에 외삼촌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해 더욱 모두의 의심을 샀다. 외삼촌은 이내 “당연히 아니다”라고 답했고, 그럼에도 그를 향한 의심의 눈길은 쉽사리 거둬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자연스레 의심은 풀어졌다.
주인공이 유독 남자 피부에 집착하는 이유는 바로 어렸을 때부터 겪었던 피부 질환 때문이었다. 계속된 주사와 약물 치료로 인해 내성이 생겨 모든 걸 끊자 상태는 더 심해졌다. 진물과 가려움, 입을 크게 벌릴 수도, 제대로 앉을 수도 없는 생활에 주인공은 하루에 30분도 잠을 이루지 못했고, 세탁기를 7번이나 돌리는 일도 있었다. 초기 발병 당시의 사진을 공개한 그의 얼굴에는 온통 피부 질환으로 가득해 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워보였다. 심각해져만 가는 병 때문에 그는 3년 정도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었고, 그 시간 동안 매끈한 피부를 가진 남자 연예인들의 사진을 붙이기 시작했다. 자신도 병을 이겨내고 그렇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기 위해서였다.
조카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주인공의 행동은 미심쩍게 느껴지기만 했고, 한 번 품게 된 의심은 부풀어져만 갔던 것이다. 뒤늦게 모든 사정을 알게 된 조카는 외삼촌을 이해하고 사과의 말을 건넸다. 모두가 낀 색안경 너머에는 병과 고통, 그리고 그 시간들을 버티기 위해 애쓴 주인공의 노력이 숨겨져 있었다. 오해는 쉽다. 하지만 그 오해를 푸는 것 역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색안경을 벗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열린 귀와 마음으로 들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한편 이날 ‘안녕하세요’에는 노을의 강균성과 이상곤, FT아일랜드 이홍기, 엠블랙 미르가 함께했다. / nim0821@osen.co.kr
[사진] ‘안녕하세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