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웃고 있는데 왠지 모를 한기가 느껴진다. 게다가 사랑을 이야기하는 말에선 달콤함보다 두려움이 먼저 느껴진다. 바로 김호진이 연기하는 권무혁이 그렇다. 일주(차예련 분)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그의 마음은 자신을 향해있지 않고, 사랑받지 못하는 무혁은 집착이라는 형태로 사랑을 표현한다.
이런 그가 일주의 약점을 손에 넣었다. 지난 달 30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에서는 사랑을 빌미로 일주를 협박하기 시작한 무혁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무혁은 형우(주상욱 분)에게 일주가 가지고 있던 오르골을 보냈다. 그 안에는 형우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석현(정진영 분)의 비자금 문서가 들어있었다. 그러나 무혁은 문서는 어디론가 숨긴 채 오르골만 보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일주는 그를 추궁했다. 무혁은 이런 일주 앞에서 언제나처럼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협박을 시작했다.
당장 문서를 내놓으라고 외치는 일주를 향해 무혁은 “그게 우리 사랑의 유일한 징검다리”라며 “난 일주씨가 옛날에 신비서 가방에 문서 넣은 거 이해한다. 누군가를 너무너무 사랑하면 나라도 그렇게 했을 거다. 나도 일주씨를 너무 사랑하니까 진보좌관 컨테이너에 넣은 거다. 컨테이너나 가방이나 똑같은 거 아니냐. 우린 닮았다. 일주씨 당신은 내 이상형이다”라고 속삭였다.
일주가 가진 약점과 확실한 증거까지 손에 쥔 무혁은 본격적으로 그를 뒤흔들었다. 무혁이 일주에게 원하는 건 오직 사랑이었다. 은수(최강희 분)의 발목을 놔주고 형우와의 사랑을 응원하기 위한 방법으로 무혁은 “일주씨가 날 사랑하면 된다”라고 말했고, 일주는 이를 거부했다. 하지만 무혁은 자신의 손에 문서가 있음을 상기시켰고, 결국 일주는 은수와 형우 앞에서 다정한 부부 행세를 했다. 뿐만 아니라 앞서 장부 사건으로 위기에 처한 형우를 구해주는 대가로 그와의 사랑을 포기하게 만든 은수에게도 두 사람의 행복을 빌며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무혁의 협박은 계속됐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거짓으로 애정표현을 해 준 일주에게 “진짜처럼 행복했다. 집에서도 그걸 바라는 건 무리겠죠”라며 미소 지었고, 일주는 노골적으로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런 그에게 무혁은 자신을 죽이고 싶겠지만 형우가 살아 돌아온 것처럼 사람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다며 뼈 있는 말을 건넸다. 또한 “다음엔 아버님 손에 문서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우리끼리 행복하자”라고 섬뜩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무혁은 일주가 거부할 수 없는 약점을 손에 쥔 채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 그토록 원하는 사랑을 받지 못하는 그는 집착과 광기로 비뚤어져만 간다. 그러나 일주 역시 쉬운 상대는 아니다. 무혁의 광기와 맞선 일주. 두 사람의 끝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게 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한편 '화려한 유혹'은 범접할 수 없는 상위 1% 상류사회에 본의 아니게 진입한 여자가 일으키는 파장을 다룬 드라마다.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 방송. / nim0821@osen.co.kr
[사진] '화려한 유혹'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