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이인겸 따까리!”
배우 변요한이 이 한 마디로 안방극장을 집어삼켰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는 한 회가 마무리 되는 마지막 10분이 긴장감 넘치는데, 변요한에게는 10분도 길었다. 고작 1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긴장감 넘치는 진검승부 장면을 만들었다.
지난 달 30일 방송된 ‘육룡이 나르샤’ 17회는 길태미(박혁권 분)가 역모죄로 붙잡힐 위기에 처하자 내란을 꾀하고자 개경을 벗어나기 위해 마주치는 관군을 하나하나 살생하는 긴박한 전개가 펼쳐졌다. 아무리 수십명의 관군이 버티고 있다고 해도 쉽사리 막지 못하는 가운데, 삼한제일검의 자리를 두고 길태미와 이방지(변요한 분)의 피할 수 없는 명승부가 예고됐다.
아무도 길태미의 피로 얼룩진 칼춤을 저지하지 못하고 있는데, 마지막 순간에 이방지가 나타난 것. 이인겸(최종원 분)의 수하라는 뜻으로 길태미를 비하하는 “이인겸 따까리”를 외치며 정면승부를 앞둔 이방지의 비장한 모습은 시청자들을 소름 돋게 만들었다.
몇 마디 하지 않았지만, 중저음의 목소리로 길태미에게 승부를 제안하는 이방지의 모습은 카리스마가 넘쳤다. 길태미 특유의 장난을 치는 듯 사람을 죽이는 악랄한 모습이 무서운 분위기를 만든 가운데, 이를 저지할 유일한 사람으로 보이는 이방지의 등장은 시청자들의 심박수를 높이는데 충분했다. 이방지가 길태미를 대적할 만한 힘을 갖고 있음을 알고 있기에 그의 등장은 상당히 박진감이 넘쳤다.
무엇보다도 이방지를 연기하는 변요한은 아직 어린 나이의 배우임에도 이방지가 가진 무서운 저력을 깊은 연기 내공으로 뿜어댔다. 힘껏 소리를 지르며 길태미에게 기선 제압을 하려는 이방지의 계책이 변요한의 굵직하고 힘이 있는 목소리에 잘 전달됐다. 특히 벌벌 떠는 다른 관군들과 달리 흔들림 없는 표정을 가진 이방지의 무서운 면모를 단 1분의 연기로 모두 보여줬다.
변요한은 이 드라마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이방지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지난 해 tvN ‘미생’에서 밝으면서도 진중한 구석이 있는 한석율로 일약 안방극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그는 많이 등장하지 않아도 화면을 잡아먹는 존재감을 가진 배우다. 특히 ‘미생’에서 워낙 큰 인기를 끌어 인생 캐릭터를 뛰어넘는 작품을 만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육룡이 나르샤’에서 아픔이 있는 무사 이방지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정유미가 연기하는 연희와의 절절한 감정 공유는 또 다른 로맨스 축이 됐다.
'육룡이 나르샤'는 워낙 많은 배우가 나오고, 이야기도 여러가지로 뻗어나가는 드라마. 주조연 가리지 않고 명연기를 펼치는 까닭에 웬만한 연기력으로는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안방극장을 사로잡기 쉽지 않은데, 변요한은 여섯 용으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