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거미와 박정현이 ‘슈가맨’에서 노래로 처음 대결을 펼쳤다. 소문난 보컬들의 출연으로 역대급 무대라는 방송 전부터 시청자들의 기대감은 높았다. 역시나 박정현과 거미는 실망시키지 않았다. 각자 자신만의 보컬 색깔을 살려 완벽하게 추억의 명곡을 재해석해냈다.
지난 1일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투유프로젝트-슈가맨’에서는 쇼맨으로 박정현과 거미가 출연해서 역대급 역주행송 무대를 펼쳤다. 이날 유재석팀의 슈가맨으로는 ‘널 위한 거야’를 부른 여성 록밴드 미스미스터가 출연했고, 유희열팀의 슈가맨은 ‘가질 수 없는 너’를 부른 뱅크가 출연했다. 역대급 무대가 펼쳐진 이날 역주행송 대결의 승자는 거미였다.
박정현과 거미의 맞대결은 처음이었다. 박정현은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명예졸업을 하면서 최고의 여성보컬로 자리매김했다. 거미도 MBC ‘일밤-복면가왕’에 출연해 4관왕을 차지하며 노래 실력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가수로 인정받았다. 이런 둘의 첫 대결이 성사된 만큼 역주행송 무대에 대한 기대도 컸다.
둘의 승부는 막상막하였다. 거미가 부른 뱅크의 ‘가질 수 없는 너’는 관객평가단 100명 중에서 95명이 아는 노래일 정도로 유명한 노래였다. 반면에 미스미스터가 96년에 부른 ‘널 위한 거야’는 아는 청중이 많지 않았다. 노래의 인지도면에서 박정현이 불리하게 시작했다.
박정현은 어떤 노래도 자신의 노래처럼 들리게 만드는 마력같은 목소리의 소유자다. 이날 방송에서도 맑고 청아한 목소리와 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성량을 보여줬다. 특히 노래의 절정부분에서 가성과 진성을 넘나드는 애드립은 감동 그 자체였다.
반면 거미는 가창력 보다는 감성에 승부를 걸었다. 유희열은 거미를 두고 “국내에서 가장 슬픔감성을 잘 표현하는 가수다”라고 칭찬을 했다. 거미의 슬픈 감성에 유희열의 피아노 연주와 현악 10중주가 더해지면서 객석은 감동으로 물들었다.
역주행송 대결에서 거미가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승부는 무의미했다. 박정현의 청아한 목소리와 거미의 애절한 목소리로 추억의 명곡을 다시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방송이었다. /pps2014@osen.co.kr
[사진] '슈가맨'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