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채널 tvN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1988년도와 현재인 2015년, 무려 30년의 세월을 오가며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1988년도 쌍문동 봉황당 골목 이야기의 결말이라고 볼 수 있는 현재 버전의 성인 씬이 간간이 등장하며 분위기를 환기하는 것. 하지만 1988년의 따뜻한 정과 청춘의 첫사랑에 몰입한 시청자들은 현재의 이야기가 몰입도를 깨뜨린다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응답하라 1988'의 성인 씬에는 덕선(혜리 분)의 성인 버전으로 이미연이 등장한다. 이미연은 덕선의 깨방정 댄스를 그대로 추거나 '남편'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과거와 싱크로율이 높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친구들 앞에서 늘 노래하고 춤추며 장난치는 활동적인 덕선의 성인 역이 아름다움의 대명사인 이미연이라는 것은 1988년도 당시에는 미처 깨닫지 못하지만 덕선이 굉장히 예쁜 설정이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줘, '특공대'(특별히 공부 못하는 대가리)라는 별명으로 전교에서 999등을 하는 덕선이 과연 어떤 진로를 찾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하지만 노을(김성원 분)의 성인 버전으로 배우 우현이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노안이 더 노안이 됐다는 설정도 반전이었지만, 1988년도 덕선은 노을과 그다지 친밀한 사이가 아닌데도 현재의 덕선은 한 살 차이인 노을을 과하게 막냇동생 취급하며 너무나도 달라 어색하기까지 했던 행동을 보였던 것. 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당당한 보라(류혜영 분)가 남편의 전화에 당황하며 황급히 담배를 끄는 모습도 남편 유력 후보인 선우(고경표 분), 혹은 정봉(안재홍 분)과의 관계 역전을 보여주고 있어 시청자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하지만 이는 그 자체로 시청자를 상상하고 추리하게 하는 최고의 예고편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보라의 행동 변화는 남편 후보와의 가장 중요한 에피소드가 남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덕선이 노을을 애틋하게 챙기는 이유도 등장할 것으로 기대를 높인다. 이는 현재의 남편 김주혁이 정환(류준열 분)의 껄렁한 행동을 연상하게 하는 연기를 하고 있어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라는 말까지 진작 끌어냈지만, 새로운 현재의 인물이 등장할수록 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변하지 못할 것은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고 있어 가능성을 조금 더 넓게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앞서 KBS 2TV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은 엔딩을 '30년 후'로 그려내 황당하고 파격적이라는 평을 들은 바 있다. 이처럼 30년은 시청자가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강산도 세 번이나 변할 긴 세월이다. 이에 1988년도에 몰입한 시청자들은 현재 씬이 극의 흐름을 방해하고 몰입도를 깨뜨린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전한다. 하지만 이는 그 자체로 '응답하라 1988'이 고민했을 시간의 단절 설정까지 제대로 표현됐다는 것의 방증이다. '응답하라 1988'의 현재 씬은 최고의 예고편이자 '떡밥'으로 제 역할을 해내는 중이다. /jykwon@osen.co.kr
[사진]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