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에 군더더기가 없고, 대사도 담백하다. 그런데 이를 보고 듣는 여심은 마구잡이로 흔들리고 있다. 다소 부담스러운 행동도, 현실에서는 느끼할 수 있는 대사도 그가 하면 설렌다. 역시 괜히 ‘소간지’가 아니었다.
소지섭은 KBS 2TV ‘오 마이 비너스’에서 세계적인 스타 트레이너이자 그룹 가홍의 후계자 김영호 역을 맡았다. 한 문장에 10단어 이상 말하지 않는, 그야말로 무뚝뚝함의 결정체지만 좋아하는 여자에게는 무장해제 되는 새로운 사랑꾼 캐릭터.
특히 지난 6회부터 주은(신민아 분)와의 로맨스가 급물살을 타며 김영호 캐릭터의 매력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는 주은이 위기를 처할 때마다 백마 탄 왕자님처럼 나타나서 구해주곤,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시크한 태도로 일관하며 주은의 부담을 덜어줬다. 극 초반부터 “아픈 사람에게 약하고 위험한 사람에겐 더 약하다”라는 말을 반복하긴 했지만, 약한 정도가 주은에게는 유별났다.
두 사람이 본격적인 동거를 시작하면서 이 정도는 더욱 심해졌다. 영호가 자리를 비운 사이, 주은은 필사적으로 살을 뺐고, 그 결과 예전의 미모를 약간이나마 되찾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돌아온 영호는 살에 묻혀 있다가 비로소 드러난 주은의 보조개를 본 뒤 눈빛이 달라졌다. 한눈에 반한 것.
하지만 영호가 주은에게 마음을 품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미모가 아니었다. 첫 만남부터 왠지 모르게 지켜주고 싶었던 주은의 약한 모습, 알고 보니 똑 부러지는 성격과 야무진 말투, 게다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랑스러움까지 모두 그를 사로잡았다.
일단 영호가 마음을 먹자 두 사람의 로맨스 또한 쭉쭉 전개됐다. 두 사람은 안마의자만으로도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형성했고, 주은의 전 남자친구 우식(정겨운 분)도 더 이상 방해요소가 되지 못했다. 방송말미에는 마침내 주은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는 영호의 모습이 그려졌다.
주은은 영호에게 단 커피를 건네며 “인간의 권리 중 행복추구권이 있다. 하루쯤은 노란불에 잠시 쉬어갔으면 좋겠다. 가끔 힘들어 보이실 때가 있었다”고 위로했고, 이에 영호는 “남자는 장난치고 싶은 여자랑 다른 것도 하고 싶어 한다. 몸은 내 마음이니까 NO 못한다”라는 말과 함께 그에게 키스했다.
로맨스가 주가 되는 장르인 ‘오마비’는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자연스러움과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전개를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이자 주요 시청층인 여성들을 설레게 해야 하는 소지섭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소지섭은 이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내고 있다. 담백하지만 가볍지 않게, 설레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하는 완급조절에 탁월한 것.
마침내 영호와 주은이 키스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달콤한 로맨스 역시 계속될 전망이다. 과연 이를 연기하는 소지섭이 또 어떤 매력으로 여심을 강탈할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오 마이 비너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