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무도', 기부·역사의식이 남긴 여운 '역시 공익 예능'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5.12.02 16: 35

 익히 보고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무한도전’ 김태호 PD의 연출능력에 또 한 번 놀랐다. 연말을 맞아 어려운 이웃들을 돕기 위해 기획한 자선 경매쇼 ‘무도 드림’ 특집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며 큰 파장을 낳았기 때문이다. 올해로 10년 차를 맞이한 ‘무한도전’은 여타 예능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발굴해 실패에 연연하지 않는 실험 정신을 발휘하며 역사에 길이 남을 콘텐츠를 탄생시키곤 했는데, 이번 특집 역시 손에 꼽힐만한 대단한 기획력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무도 드림’은 예능 및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영역에 멤버들을 한 명씩 따로 내보내 그들의 하루를 오롯이 반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복면가왕’ ‘진짜 사나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 ‘신비한TV 서프라이즈’ ‘내 딸, 금사월’과 내년 기대작으로 뽑히는 영화팀이 참가했고, 유재석이 드라마 ‘내 딸 금사월’, 박명수와 하하가 각각 영화 ‘아빠는 딸’ ‘목숨 건 연애’, 정준하가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 광희가 교양 ‘그린실버 고향이 좋다’에 낙찰됐다. 멤버들의 ‘몸값’으로 낙찰된 성금 5000만 원은 전액 어려운 곳에 기부될 예정이다.
‘내 딸 금사월’에서 유재석은 1인 3역을 맡았다. 수행비서, 화가, 방송인을 소화하며 메소드 연기를 보여줘 방송이 끝난 후에도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박명수와 하하의 영화 촬영 현장은 다소 어색한 기류가 흘렀지만 겨울에 땀을 흘릴 정도로 연기했고, 230만 원짜리 방어 잡이 체험에 낙찰된 광희는 특유의 밝은 성격을 살려서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잼’이라는 평가를 받은 정준하의 1인 방송도 나름 의미있는 발견이었다.

‘무한도전’에서 지난 여름 전파를 탄 ‘배달의 무도’ 특집은 국제 엠네스티 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한국인들이 강제 징용된 일본 우토로 마을의 역사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하시마섬의 진실을 알리며 문화적 발전 이면에 조선인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린 것. 역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 것이다.
예능의 수명 주기가 날이 갈수록 짧아지는 현 시점에 ‘무한도전’의 독창적인 기획력이 칭찬을 이끌어내는 이유는 자명하다. ‘무한도전’은 정해진 일정한 포맷 없이 단 한 번도 같은 주제로 방송한 적이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제작진이 얼마나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웃음을 위해 노력하는 ‘무한도전’에 유난스러울 정도로 높은 충성심을 갖고 있는 시청자들이 많은데, 그들을 이상하게 여길 수 없을 정도로 ‘무한도전’은 예능을 넘어선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 잡았다.
‘무한도전’을 연출하는 김 PD의 창의적 정신은 선배들에게 배우기도 했겠지만 어느 정도는 예능감을 타고났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멤버들 및 시청자들과의 끊임없는 소통과 쉴 틈 없이 치열하게 연구하는 노력이 켜켜이 쌓여서 나온 것이다. 하나를 파면 무섭게 몰입하는 이른바 ‘덕후’의 자세로 사회 전반적인 관점도 갖고 있어서 그것을 예능에 녹여내고, 시청자들이 성찰하게 만드는 능력이 가히 독보적이다. ‘무한도전’에서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기대를 갖게 된다./ purplish@osen.co.kr
[사진]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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