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아들에게 험한 말을 내뱉고 능력 있는 부하 직원을 아들처럼 아끼는 듯 보여도 결국 아버지는 핏줄을 택했다. 지난 2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달콤살벌 패밀리'(극본 손근주 김지은, 연출 강대선)에서는 백기범(정웅인 분)을 윤태수(정준호 분) 대신 영화 회사 사장 자리에 앉힌 백만보(김응수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윤태수와 김은옥(문정희 분)은 백만보의 집에 초대돼 함께 식사를 했다. 살해된 손세운(김원해 분)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사실을 다행스럽게 여기며 고기를 구워주던 백만보에게 김은옥은 당돌한 요구를 했다. 그 내용은 바로 윤태수의 영화 사업을 밀어주겠다는 확약서를 써달라는 것. 예상치 못한 요구에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여전히 백만보는 두 사람에게 “아들 내외”라며 이들을 아끼는 척 했고, 김은옥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백만보를 아버님이라 부르며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이런 세 사람의 모습을 본 백기범은 “불청객은 빠져드리겠다”고 빈정대며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혼자 술을 마셨다. 그런 아들의 모습을 타박하는 백만보에게 백기범은 “태수는 내가 부럽다는데 나는 자기 인생 자기가 사는 태수가 부럽다. 나는 이게 뭐냐. 이게 내 인생이냐 아버지 인생이냐. 혹시 원수의 자식이냐. 나 괴롭히려고 데리고 사는 것 아니냐”며 울분을 토했고, “내 마누라 내 자식 다 쫓아낸 양반이 남의 며느리는 잘도 챙기더라”고 눈물을 흘렸다.
한편 다음 날 윤태수는 투자유지신청 확약서를 들고 백만보를 찾아갔다. 10억을 투자해달라는 내용의 확약서에 백만보는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냈지만 끝내 도장을 찍었다. 이후 그는 “내가 농사에 소질이 없는 것 같다. 키운다고 잘 키운 거 같은데 내 밭에서도 웃자라는 게 생기네”라며 윤태수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고, 이에 마희도(김대령 분)는 “청주에 전화 넣을까요”라는 말을 덧붙여 백만보가 윤태수를 이대로 가만히 두고 보고만 있지는 않을 듯한 상황을 암시했다.
늘 타박만 했던 아들의 눈물이 아버지의 마음을 움직인 것일까. 백만보는 충심픽처스의 사장으로 백기범의 이름을 올린 사업자등록증을 아들에게 건넸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윤태수는 백만보를 찾아갔지만 그는 “확약서대로 10억 투자됐잖아. 뭐가 문제냐”라며 시치미를 뗐고, “나는 뭐 돈 쌓아놓고 사냐. 10억이 적은 돈이냐. 태수가 하도 채근을 하니까 급한 대로 회사 돈 당겨 온 거고 회사 돈이니까 회사 대표를 서류상 대표로 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윤태수가 곧이곧대로 믿을 리는 만무했다. 하지만 백만보는 “이 영화 태수가 만드는 거다”라며 그를 회유했고, 이어 “하나보단 둘이 낫다고 기범이랑 힘 보태서 둘이 잘되면 좀 좋아”라는 말을 덧붙였다.
앞서 백만보는 자신의 아들보다 더 신뢰하며 아꼈던 윤태수를 궁지로 몬 바 있었다. 게다가 이날은 윤태수가 의문의 사내에게 위협을 당하며 사고를 당할 뻔한 일이 있기도 했다. 이 사건을 사주한 배경이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윤태수를 못마땅하게 여긴 백만보의 소행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평소에는 사람 좋은 얼굴로 윤태수를 아들처럼 여겼던 그지만 한 번 눈 밖에 나면 철저하게 응징하고야 마는 무서운 성격의 소유자 백만보. 믿었던 보스에게 뒤통수를 맞은 윤태수에겐 어떤 앞날이 펼쳐질지 긴장감을 자아낸다.
한편 '달콤살벌 패밀리'는 집밖에선 폼 나는 조직 보스지만, 집안에서는 와이프 잔소리와 두 아이들 무시에 찬밥 신세인 서열 4위, 대한민국 고달픈 가장의 대표 얼굴, 두 얼굴의 남자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처절한 사투를 '웃프게' 그린 휴먼코미디다.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 nim0821@osen.co.kr
[사진] ‘달콤살벌 패밀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