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이 본격적으로 장사의 길에 접어들면서 목숨을 노리는 수많은 이들과 전쟁같은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장혁은 두둑한 배짱과 강한 신념을 무기로 역경을 헤쳐나가는데,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언제나처럼 아버지 '천오수'의 이름이 등장해 그를 구해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쯤 되면 조선 금수저로 불려도 무방할 듯하다.
지난 2일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장사의 신-객주'에서는 설화지를 지고 풍등령을 넘는 송파마방 쇠살쭈 봉삼(장혁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풍등령은 군관도 잡지 못한 무시무시한 도적떼가 길목을 지키고 있어 보부상들의 접근이 차단된 곳. 그런데 여기 있는 도적떼의 수장은 상인의 왕으로 불리는 신가대객주 신석주(이덕화 분)의 친인척이었다. 신석주가 장사 길목을 막아 유통을 차단, 좋은 물화를 헐값에 사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봉삼을 분노하게 했다.
송파마방은 두 패로 나뉘어 안개가 낀 풍등령을 넘어 도적떼를 혼란하게 했는데, 설화지는 무사히 풍등령을 넘어갔지만 도적떼에 잡힌 봉삼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어 긴장감을 높였다. 하지만 도적떼는 봉삼의 채장을 가져가 그의 신분을 확인하다가, '천가객주 천오수'라는 글씨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도적떼 중 일부는 폐문한 천가객주 천오수 밑에서 장사를 하던 이들이었던 것.
천오수가 아편 밀매라는 죄목을 뒤집어쓰고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이들은 당시 어린아이였던 천오수 아들 봉삼의 장성한 모습을 보고 지난날을 후회, 도적떼 수장에게 칼을 겨눴다. 이에 봉삼은 도적떼 수장의 목숨을 거두고 풍등령의 길을 튼 것은 물론 신가대객주 신석주와의 본격 대결을 예고하게 됐다.
이에 앞서 봉삼이 설화지 운송을 맡게 될 때도, 마음을 닫았던 객주가 천오수의 올곧은 신념을 그대로 이어받은 봉삼에게서 '천오수'의 이름을 듣고 나서야 일을 맡기는 모습을 보였다. 또 봉삼이 길을 찾을 수 없어 힘들어할 때는 꿈속에 나타난 천오수가 따끔한 가르침을 안기기도 했다. 이처럼 극 초반 돈과 관련한 큰 가르침과 함께 봉삼 인생의 파도를 만들어주고 떠난 천오수는 아직도 그 이름 석자만으로 극 안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며 봉삼에게 해결책까지 안겨주고 있다.
봉삼은 목숨을 건 설화지 운송을 마치면 송파마방을 되살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위험한 일에 앞장서는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제 겨우 장사에 첫걸음을 뗀 그가 가는 곳은 온통 가시밭길이다. 이때마다 등장해 봉삼의 앞길을 열어주는 '천오수'의 이름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좇는 신석주와 대비되는, 상인들의 귀감이 되는 올바른 상도와 올곧은 신념의 대명사로 극을 지탱하며 아직 힘이 약한 봉삼의 존재감을 대신한다. 봉삼이 천오수와 신석주를 뛰어넘어 장사의 신으로 우뚝 설 날이 기다려진다. /jykwon@osen.co.kr
[사진]‘객주’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