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이자 시청률 상승, 그야말로 ‘일타쌍피’가 아닐까.
방송인 유재석이 드라마를 통해 정극연기에 도전하면서 그로 발생하는 출연료로 불우한 이웃을 도왔고, 더불어 드라마 시청률 상승에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무한도전’의 모든 에피소드가 알알이 소중하겠지만 특히나 이번 특집은 역사에도 길이 남을 일대 ‘사건’이다. 김영철이 마르고 닳도록 노래하는 “슈퍼파월~”의 주인공은 유재석인 듯싶다.
‘무한도전’은 2015년 연말을 맞아 어려운 이웃들을 돌아보자는 취지로 자선 경매쇼 ‘무도 드림’ 특집을 기획했다. 반응은 성공적. ‘무도 드림’은 영화 교양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멤버들을 24시간을 빌려주며 기부를 독려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낙찰된 금액은 전액 기부된다”는 취지를 듣고도 모든 제작자들이 흔쾌히 자선 경매에 참여했다는 전언이다.
유재석을 무조건 섭외해오라는 특명을 받은 이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눈치작전을 펼치며 실제 경매현장을 방불케 했다. 무려 2000만 원이라는 높은 금액에 낙찰돼 ‘내 딸 금사월’에 팔려간 유재석은 김순옥 작가의 욕심대로 1인 3역을 해냈다. 개그맨으로서 주말드라마에 출연한다는 자체가 만능 연예인으로서 자신의 위상을 입증한 셈이다.
유재석은 극중 해더 신(전인화 분)의 비서, 전망 밝은 천재화가, 유능한 방송인으로 맛깔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물론 진지하게 몰입했어도 보는 이들에게는 먼저 웃음을 선사했지만, 배우들 사이에서도 튀지 않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무한도전’을 통해 드라마 촬영장이 공개됐는데, 분장을 받는 모습부터 사전 리허설을 하는 모습까지 사뭇 진지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 PD는 유재석이 한 장면을 소화할 때마다 “잘했다” “좋다”며 박수를 보냈고, “편하게 애드리브도 하라”며 재밌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유재석의 1인 3역은 ‘내 딸 금사월’의 보는 재미를 높였다. 예기치 않은 순간에 갑자기 등장해 짧은 시간 동안에만 연기를 했음에도 내용상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극의 맛을 살리는 촉매제 역할을 하며 이른바 ‘신 스틸러’로 등극한 것이다. 주인공 전인화로부터 “유재석 씨 덕분에 우리 드라마 촬영 현장이 너무나 행복했다. NG를 안 내려고 나는 어금니를 꽉 물고 연기했는데 유재석 씨도 진지하게 잘 하더라.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계속 유비서로 출연했으면 좋겠다”는 극찬까지 받았다.
유재석은 두 회 분량을 출연했는데, 먼저 22일 방송분은 전날(21일)보다 2.8%P 상승한 26.7%를, 두 번째 출연한 29일 방송분은 전날(28일) 기록한 25.9%에 비해 1.4%P 오른 27.3%를 기록했다.
더 이상 오를 데도 없는, 최고의 자리에 선 유재석이 방송을 위해 가장 낮은 자세로 임하는 것을 보면, 연예인이든 톱스타이든 자리를 떠나서 인간적인 감동을 준다. 최고로서도 만족하지 않고 늘 노력하기 때문이다. 데뷔 이후 뒤늦게 빛을 본 대기만성형 개그맨이기 때문에,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것으로도 여겨진다.
25년 차 베테랑 방송인 유재석에게도 흔들린 순간은 있었을 것이며, 본인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민이 많았을 터이다. 1인자의 자리에 군림하면서도 대중의 사랑을 잃지 않는 건 겸손함 덕분이다. 어느 것 하나도 놓치기 싫어하는 완벽주의자다운 성격으로, 연예계 모든 부문에서 진행 실력을 인정받아 부동의 톱스타로 자리잡았다.
유재석이 변함없는 인기를 유지하는 것은 연륜을 통해 쌓은 진행력과 후배들을 챙기는 마음씀씀이, 꾸준한 선행, 스스럼없이 어느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싹싹한 성격을 동시에 갖췄기 때문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하는데,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늘 노력하고 겸손한 태도를 잃지 않는, 인성을 갖춘 유재석에게 끝이란 없을 것 같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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