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이하 육룡이)에서 박혁권이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박혁권은 ‘육룡이’ 초반부터 미친 존재감을 보여주며 대세를 넘어 전성기를 맞이했다. 박혁권의 빛나는 지금은 결코 공짜로 얻어진 것은 아니다.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연극과 영화 그리고 드라마 등에서 작은 역할부터 꾸준하게 출연하며 만든 결과다.
박혁권과 떼려야 떼놓을 수 없는 사람은 바로 안판석 감독이다. 안판석 감독은 지난 2007년 방영된 MBC 드라마 ‘하얀거탑’에서 박혁권을 지상파 드라마로 발탁한 이후로 JTBC '세계의 끝', '아내의 자격, '밀회'까지 계속해서 기용하면서 강한 믿음을 보여줬다.
박혁권도 안판석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면서 ‘밀회’에서 김희애의 남편 역으로 출연했다. 박혁권은 배우자의 외도를 보면서도 자신이 얽힌 이해관계 때문에 갈등하는 강준형의 모습을 꼼꼼하고 인간적으로 그려내며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진지한 모습뿐만 아니라 ‘중2병’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철부지 같은 연기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안판석 감독뿐만 아니라 윤성호 감독과 인연도 각별했다. 윤성호 감독은 2007년에 개봉한 영화 ‘은하해방전선’에서 박혁권에게 주연을 맡기며 ‘혁권 더 그레이트’라는 별명을 탄생시킬 정도로 강렬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후에도 박혁권은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도약선생’, ‘출중한 여자’까지 꾸준하게 윤성호 감독의 작품에 출연했다.
특히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에서 박혁권은 스모키 화장을 하는 배우로 출연해 ‘육룡이’에서 길태미의 아이섀도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박혁권과 윤성호의 조합은 아이디어가 남다르고 가슴을 울렸다. 코믹과 진지한 모습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면서 박혁권이라는 배우의 한계가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
박혁권은 수많은 영화에 출연해 특별 출연부터 주연과 조연을 넘나드는 활약을 펼쳤다. 박혁권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스물'에서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하는 김우빈에게 시니컬한 조언을 하는 감독으로 짧게 웃음을 자아냈다. ‘스물’서 영화감독뿐만 아니라 온갖 영화에서 정신과 의사, 검사, 형사, 동성애자, 공무원 등 온갖 역할로 영화에 출연했다. 어떤 영화에서 어떤 장면 어떤 역할로 출연해도 제 몫을 했다고 인정을 받았다.
박혁권은 OSEN과 인터뷰에서 “게을러지지 않고, 열심히 연기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박혁권이 1993년에 연극 극단 ‘산울림’에서 배우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휴대전화 요금을 내지 못했던 무명생활을 지나오기까지 단역, 조역, 주연을 가리지 않고 쉼 없이 연기하고 노력해왔다. /pps2014@osen.co.kr
[사진] OSEN DB(위), 영화 '스물' 스틸(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