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시리즈의 ‘츤데레’ 마법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통했다.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퉁명스러운 듯 보이나 알고 보면 따뜻한 인물을 뜻하는 일본어에서 유래된 ‘츤데레’ 성격을 가진 남자 주인공이 또 다시 시청자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는 것.
류준열이 연기하는 김정환은 현재 성덕선(혜리 분)를 짝사랑하고 있다. 아직 정환이 덕선을 사랑하는 것을 쌍문동 골목길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가운데, 정환의 숨길 수 없는 풋풋한 첫 사랑이 시청자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덕선을 괴롭히는 듯 보이나, 덕선만 바라보는 순정은 ‘츤데레’의 정석이기도 하다.
덕선을 보기 위해 멀리 강남까지 한걸음에 온 정환. 그런 정환에게 왜 왔냐고 물어보는 덕선. 정환은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 덕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왜 자신이 왔는지 잘 생각해보라고 간접적으로 마음을 고백했다. 또한 만원버스에서 덕선이 편하게 갈 수 있도록 힘줄이 터질 듯 하게 지켜주거나, 덕선이 갖고 싶어하는 장갑을 사다주는 따뜻한 마음은 설렘을 유발하고 있다.
여기에 류준열의 마치 진짜 내 첫 사랑 같은 자연스러운 연기, 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는 정환을 귀여우면서도 사랑하고 싶은 남자로 만들었다. 사실 ‘응답하라’는 그동안 여자 주인공의 남편은 하나 같이 이랬다. 한 여자만 사랑하고, 다른 여자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으며, 평소에는 감정 표현을 하지 않지만 사랑 앞에서는 저돌적인 남자. 여자 주인공에게 퉁명스러운 듯 보이나 알고 보면 이 세상 그 어떤 남자보다 따뜻해서 멋이 넘치는 남자가 ‘응답하라’ 시리즈 남자 주인공이자, 여자 주인공과 결실을 이루는 인물들의 공통점이었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포문을 열었던 ‘응답하라 1997’에서 서인국이 연기했던 윤윤제 역시 말수가 없지만 애정 고백은 화끈하게 했던 남자였다. ‘응답하라 1994’ 쓰레기라는 별명을 가진 김재준(정우 분)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성나정(고아라 분)만 바라봤다. ‘응답하라’가 세 번의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남자 주인공의 매력은 발전했다. 드라마가 매번 열풍을 일으키고, 이야기 뿐만 아니라 출연하는 젊은 배우들이 스타덤에 오르면서 제작진 역시 남자 주인공을 점점 더 멋있게 만드는 재주가 강화됐다.
‘츤데레’라는 기본적인 매력의 틀은 유지된 채, 더 많은 여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길 수 있는 매력들이 가미됐다. 섹시한 매력이 추가됐던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에 이어 이번 ‘응답하라 1988’ 정환은 순수하고 귀여운 구석이 늘었다. 매번 비슷한 매력을 가진 듯 보이나, 안방극장이 ‘응답하라’ 남자 주인공들에게 빠지는 건 여자들의 로망이 담겨 있는 인물이기 때문일 터다. 알고 보면 멋있는 ‘복권남’이 나만 바라보는 것을 싫어할 여자가 누가 있겠는가. ‘츤데레’ 마법이 언제나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앗는 이유는 이 같이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흥행 공식을 잘 만드는 제작진의 내공이 바탕이 돼 있기 때문이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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