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부르는 머리 자르고 용된 스타들이 있다. 여자 연예인들 얘기인데, 헤어스타일이 이미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해외스타들 중에는 저 과거로 거슬러올라가면 단발을 하고 인생이 바뀌었다는 슈퍼모델 린다 에반젤리스타가 있고, 영화 '언 에듀케이션', '위대한 개츠비'의 캐리 멀리건, '어바웃 타임'의 레이첼 맥아담스 등이 단발머리가 유독 잘 받고, 단발을 한 이후 슈퍼스타가 된 여배우들로 꼽힌다.
한국에서는 대표적으로 이민정, 고준희, 혜리(걸스데이) 등을 꼽을 수 있다. KBS 2TV '꽃보다 남자'에서 이민정이 칼단발로 등장했을 때 그 시크한 아름다움은 보는 이를 감탄케 했고, 고준희는 대표작이 단발머리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단발의 유행을 선도한 스타다.
혜리도 빼놓을 수 없다. 긴 머리를 했을 때는 예쁘긴 해도 별로 눈길을 사로잡지는 못했던 혜리가 단발머리를 한 이후로는 자신만의 색깔이 있는 미녀가 됐다. 더욱이 최근 방송 중인 tvN '응답하라 1988'의 성덕선으로 열연 중인 혜리에게서 긴 머리는 상상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찰랑찰랑 긴 생머리의 성인 역 배우 이미연이 어딘가 어색해보일 정도.
여기에 당당히(?) 추가될 인물은 박소담이다. 박소담은 단발, 아니 '삭발'을 하고 그야말로 '빵' 뜬 여배우다.
1989년 개봉한 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강수연이 삭발을 해서 대중을 놀라게 한 적이 있었는데, 이는 여배우 근성과도 맞닿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박소담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악령에 씌인 여고생으로 분한 그는 머리를 박박 밀고 맨 얼굴로 관객을 마주했다. 맹렬히 드러나는 얼굴에서 드러나는 에너지는 상당했고, 삭발 만큼 연기 역시 도전정신이 없으면 해내지 못하는 것이었다.
박소담은 이런 삭발에 대해 "머리를 미는 것에 있어서 여자로서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해질 수도 있지 않나. 헤어스타일이 특히 여자한테는 중요한 것이니까"라며 "하지만 악마에 사로잡힌 영신 역할을 연기하는 것에 있어선 삭발이 걱정거리가 아니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작품이 다 끝나고 난 뒤에 나홀로 머리를 길러야 하는 그 과정이 걱정되더라. 걱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라고 여배우로서 갖는 헤어스타일에 대한 부담감도 전하기도 했다.
중요한 건 삭발 이후다. 다소 머리가 자란 숏커트 헤어스타일을 한 그에게서는 1960년~70년을 대표하던 톱모델 트위기의 느낌도 물씬 난다. 온스타일 드라마 '처음이라서'에 짧은 머리를 한 채 종종거리며 등장하는 박소담은 또래 여배우들과는 또 다른 상큼함을 전한다.
머리가 길었을 때, 예를 들어 영화 '경성학교'에서 박소담 역시 아름다웠지만, 긴 머리의 박소담은 쌍거풀 없는 눈매가 인상적인 여리여리한 여배우 이미지가 강하다면 머리를 자른 박소담에게서는 보다 희소 가치의 사람을 끄는 강렬한 힘이 있다.
어찌됐건 박소담의 단발, 아니 삭발은 신의 한수였고, 오랫동안 관객들의 머리에서 잊혀지지 않는 파격적인 첫 모습이 될 것은 분명해보인다. / nyc@osen.co.kr
[사진] OSEN DB, 영화사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