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멤버들이 프로그램 색채를 유지한 채 드라마, 교양, 예능에 출연하는 특집이 크게 성공한 것은 이 프로그램이 만약에 스핀오프 시리즈로 변주한다면 더 큰 재미를 선사할 것임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자선 경매 특집의 결과물이 계속 공개되고 있다. 유재석이 출연한 주말드라마 ‘내딸 금사월’, 박명수와 유재석이 함께 한 ‘서프라이즈’, 광희가 방어잡이를 한 ‘그린 실버-고향이 좋다’, 정준하가 웃기기 위해 분투한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이어 박명수가 ‘찾아라 맛있는 TV’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3일 전해졌다.
박명수는 ‘찾아라 맛있는 TV’에 오는 5일 출연해 ‘무한도전’에서 공약한대로 과메기를 먹는다. ‘무한도전’은 멤버들의 24시간을 빌려주고 기부를 독려하는 자선 경매 특집을 했다. 멤버들은 MBC 프로그램과 영화 등에 팔려가 출연으로 재능 기부를 했다. 멤버들의 하루를 산 제작진이 좋은 일에 큰 돈을 기부하는 특집이었다.
박명수의 ‘맛있는 TV’ 출연은 엄격히 말하면 ‘무한도전’ 구성과는 영향이 없다. 박명수는 영화 ‘아빠는 딸’ 제작진에 팔려갔고, 그 과정에서 ‘진짜 사나이’를 피하기 위해 ‘맛있는 TV’ 제작진에게 자신을 사가라고 끊임 없이 구애했다. 특히 과메기를 2kg 먹을 수 있고, 지방 촬영까지 할 수 있다고 공언해서 웃음을 자아냈다. 박명수는 이 같은 인연으로 ‘무한도전’ 외적으로 ‘맛있는 TV’에 출연하게 됐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다른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일은 다반사지만, ‘무한도전’ 특집 하에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해 ‘무한도전’과의 연계성을 유지하는 일은 상당히 드문 일이다. 드라마 ‘이산’에 카메오로 출연해 드라마와 ‘무한도전’ 모두 방송된 특집 정도가 있겠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프로그램 안에서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해 ‘무한도전’ 속 캐릭터를 유지하는 연속성은 큰 파급력을 자랑했다. 드라마와 교양, 예능 가릴 것 없이 ‘무한도전’ 속 구성 혹은 멤버들의 성향이 그대로 이어지며 ‘무한도전’ 팬들에게 색다른 재미가 됐다.
물론 멤버들을 데려간 제작진은 그 어떤 때보다 큰 관심을 끌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어떻게 보면 ‘무한도전’이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뻗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시발점이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무한도전’ 출연진이 프로그램의 색채를 고스란히 유지한 채 ‘무한도전’ 스핀오프를 만든다든가, ‘무한도전’의 특정 특집으로 웃음기를 뺀 교양 프로그램을 만든다든가, 드라마 제작진과 협업을 해서 ‘무한도전’의 지난 역사를 드라마로 만든다든가의 다양한 변주가 통할 것이라는 상상의 그림을 펼치게 만든 것. 그야말로 여러 장르로 뻗어나가는 조금 더 구성을 폭넓게 본다면 ‘무한도전 TV’ 개념인 셈이다.
김태호 PD는 그동안 간혹 강연 등을 통해 ‘무한도전’으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만드는 꿈을 꾼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주 한 주 빠듯하게 제작되는 여건상, 출연자들의 일정상 이 같은 일은 ‘무한도전’이 방송되는 동안은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허나 이번에 자선 경매 특집을 통해 ‘무한도전’ 멤버들이 여러 장르의 프로그램과 영화에 뛰어들어 프로그램 속에 녹아들었을 때 더 큰 즐거움을 준다는 점은 확인됐다. 시청자들이 ‘무한도전’ 스핀오프 혹은 ‘무한도전 TV’를 상상할 여지를 남겼다는 것, 자선 경매 특집의 숨은 수확이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