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문근영, 스릴러도 강한 대체불가 배우 [종영②]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5.12.04 06: 55

5년 동안 기른 긴 머리카락을 잘라내고 자신이 좋아하던 스릴러 장르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던 배우 문근영의 선택은 역시 옳았다. 이제는 ‘국민 여동생’ 타이틀을 완전히 벗어낸 29살 문근영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반짝반짝 빛이 나는 ‘보석 같은’ 배우였다.
문근영은 지난 3일 종영된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극본 도현정, 연출 이용석/이하 ‘마을’)에서 언니 김혜진(장희진 분)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는 한소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마을’은 문근영의 2년만 안방극장 복귀작이라는 점만으로도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그만큼 문근영이 시청자들 사이에서 ‘믿고 보는 배우’이자 ‘기대되는 배우’로 통한다는 뜻이다.
1999년 영화 ‘길 위에서’로 데뷔한 뒤 드라마 ‘가을동화’를 통해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문근영은 그동안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연기 변신을 꾀해왔다. 공포 영화 ‘장화 홍련’, 남다른 춤 실력과 연변 사투리를 뽐내야 했던 ‘댄서의 순정’, 남장여자에 도전해 SBS 연기 대상을 거머쥐었던 ‘바람의 화원’,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에서 탈피해 조금 더 성숙한 연기를 보여줬던 ‘신데렐라 언니’, 원톱 여배우의 자존심을 재확인시켰던 ‘불의 여신 정이’, 60대 노인 분장까지 소화해야 했던 영화 ‘사도’ 등 문근영이 보여준 17년의 배우 인생은 언제나 그 색을 달리했다.

이번 ‘마을’ 역시 마찬가지다. 평소 추리물을 좋아한다는 문근영은 ‘마을’ 대본을 다 읽기도 전에 출연을 결정지었을 정도로 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 평가했다. 도현정 작가의 머리 속에 그려진 16개의 퍼즐을 맞춰가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는 것. 그리고 뚜껑을 연 ‘마을’은 문근영의 믿음처럼 기대 이상으로 탄탄했고, 매회 시청자들에게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얻었다.
여기에 음산한 분위기에 끊임없이 주위를 경계하면서도 덤덤하게 극을 이끌어가는 문근영의 믿고 보는 연기력은 시청자들의 긴장감과 몰입도를 극대화시키며 추리 드라마의 묘미를 한껏 높였다. 문근영이 더욱 기특한 이유는 철저히 소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또 이를 연기로 표현해내 극을 매력있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배우라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연기력을 뽐내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자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텐데, 문근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철저하게 배척당하는 이방인이자 사건을 따라가는 관찰자의 입장이었던 소윤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최대한 힘을 빼고 평이하게 연기하려 노력했다. 자신의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가 아닌, 작품 전체를 빛내기 위한 문근영의 남다른 노력과 애정은 결국 후반부 마을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윤이란 인물에 당위성을 부여했다.
또한 문근영은 알면 알수록 무섭고 섬뜩한 마을 안에서 느끼는 아픔과 혼란, 공포, 불안 등 복잡한 감정 손끝, 표정, 눈빛에 모두 담아내 현실감을 더해왔다. 이에 ‘문테일’이라는 별명이 생겨날 정도. 이렇게 표정이나 눈빛만으로 높은 흡인력을 과시할 수 있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그만큼 문근영의 연기 내공이 대단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출을 맡은 이용석 PD 역시 이 점을 높이 평가하며 “문근영은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에 특화된 배우다. 무서워하고 호기심 어려 하는 디테일한 표정 연기 덕분에 시청자들도 감정 이입을 잘 할 수 있지 않나 싶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물세례와 따귀를 맞으면서도 오히려 날카로운 대사로 따끔하게 일침을 가하는 문근영의 절제된 카리스마는 ‘마을’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큰 힘을 불어넣었다. 이렇게 문근영은 시청률 외에는 그 어느 것도 부족함이 없었던 ‘마을’을 끝까지 안정적으로 이끌며 왜 믿고 보는 배우인지를 스스로 증명해냈다. 30대로 들어서는 길목, 안방 극장에 전율을 선사한 문근영의 아름다운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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