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엔딩이었다. 약 두 달이라는 시간동안 시청자들을 공포와 분노, 그리고 슬픔으로 몰아넣었던 ‘마을’이 마침내 뿌린 떡밥들을 모두 회수하며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무엇보다 현실보다 더욱 현실 같았던 두 모녀, 신은경과 장희진의 아픈 비밀에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이 향했다.
지난 3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은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다. 스릴러라는 장르물의 특성을 잘 살린 섬세한 연출과 짜임새 있는 전개, 캐릭터에 완벽하게 몰입한 듯한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며 본 적 없는 ‘웰메이드’의 탄생을 알렸기 때문.
혜진(장희진 분)의 죽음이라는 굵직한 전개를 토대로 하나씩 밝혀지는 실마리와 이와 관련된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그려지며 궁금증을 유발했다. 어느 한 캐릭터에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기보다, 아치아라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비밀에 이야기가 집중되며 전체적인 얼개를 촘촘히 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러한 설정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의 힘이 크다. ‘마을’에는 유독 눈에 익지 않은 배우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오히려 이 점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극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도운 것. 물론 대부분 연극이나 뮤지컬계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들로 탄탄한 연기력이 받쳐준 것도 큰 역할을 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많은 시청자가 인지도 높은 배우를 보면, 유명하니까 임팩트 있는 범인 역할을 맡지 않을까 추측하며 몰아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마을’은 수상함에 정점을 찍은 낯선 배우들이 초반부터 꾸준히 활약하며 혼란을 가중시켰다”라며 ‘마을’이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마을’은 매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엔딩으로 호평을 받기도 했는데, 마지막 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간 악독하게만 보였던 지숙의 아픔과 함께 혜진의 안타까운 그리움이 드러나며 ‘역대급’ 엔딩을 장식했다. 사실은 잔인한 사건의 피해자였던 두 사람이 오히려 가해자가 되어 서로를 ‘괴물’이라고 칭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과 이에 감춰야 했던 애증이 너무나 늦게 밝혀졌다.
끝까지 피해자는 가해자로, 가해자는 피해자로 남게 됐지만 ‘마을’이 그리고자 했던 엔딩은 완벽하게 표현됐다. 앞서 도현정 작가는 “개인이든 사회든 우리 모두는 ‘기존의 질서와 평화를 유지하고 싶은 본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묵인되고 덮어지는 작고 큰 ‘범죄’가 발생하고, 그로 인한 파장으로 희생되는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다”라며 이미 결말에 대해 암시한 바 있기 때문.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잘 짜여진 장르물이라는 것과 쉽게 가시지 않는 마지막 회의 여운 때문인지 시청자들은 시즌2를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지상파에서 시즌제 드라마가 제작된 경우가 드물었지만, ‘마을’을 시작으로 ‘웰메이드’ 드라마를 계속해서 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한편, ‘마을’ 후속으로는 유승호·박민영 주연의 ‘리멤버-아들의 전쟁’이 방송된다. 오는 9일 오후 10시 첫 방송. / jsy901104@osen.co.kr
[사진] ‘마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