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던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극본 도현정, 연출 이용석, 이하 ‘마을’)이 지난 3일 종영된 가운데 모든 비밀의 키를 쥐고 있던 배우 신은경이 다시 한 번 소름 돋는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전율을 안겼다. 비록 소속사 간의 송사와 아들 방치 논란으로 인생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순간이기는 하지만, 배우로서의 신은경은 그 어떤 찬사도 아깝지 않았다.
신은경은 평화로운 마을에 암매장된 시체가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스릴러 드라마 ‘마을’에서 윤지숙 역을 맡아 열연했다. 윤지숙은 아치아라의 최고 권력자인 서창권(정성모 분)의 아내이자 죽음을 보는 소녀 서유나(안서현 분)의 엄마다. 미술적 재능을 타고나 전시회를 열면서 우아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 이면은 추악함으로 얼룩져 있었다.
과거 마을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았다던 윤지숙은 마을 실세인 남편에게 버림 받지 않기 위해 의붓아들인 서기현(온주완 분)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물론 딸인 유나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도 했다. 아버지가 다른 동생 강주희(장소연 분)에게는 독설도 서슴지 않았고, 남편의 내연녀로 알려진 김혜진(장희진 분)과는 살벌한 육탄전을 벌였다.
‘마을’ 속 인물들은 제 각각 숨기고 있는 사연을 통해 시청자들의 의심을 사왔는데, 윤지숙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 진실 속 윤지숙은 시청자들을 경악케 하는 반전의 인물이었다. 바로 남씨(김수현 분)에게 성폭행을 당해 김혜진을 낳은 친모였던 것. 그리고 마지막회에서는 김혜진을 괴물이라고 불렀던 윤지숙 역시 어떻게든 딸을 살리고 싶어했던 엄마였다는 또 다른 반전이 등장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신은경은 이런 윤지숙을 소름 돋는 연기력으로 표현해내 한 순간도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시어머니와 남편의 냉대에도 절대 웃음을 잃지 않던 착한 며느리와 지고지순한 아내의 모습을 싹 지워내고 섬뜩한 광기를 드러낼 때는 꿈에 볼까 무서울 정도로 과히 충격적이었다. 신은경의 이 같은 신들린 연기는 악인이었던 지숙이라는 인물에 연민과 설득력을 불어넣었다. 자신이 낳은 딸을 괴물이라 부르고 죽음 또한 묵인했지만, 어린 나이에 입은 씻을 수 없는 상처로 인해 하루하루 지옥과도 같은 삶을 살았을 지숙이 너무나 불쌍하다는 반응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일각에서는 “신은경에게 연기 대상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신은경은 전 소속사로부터 명예훼손과 채무를 갚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소를 당했고, 전 연인과도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방송에서 여러 차례 언급했던 아픈 아들을 8년 동안 방치했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아들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어 연일 대중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은경은 ‘마을’ 속에서만큼은 배우 인생 최고의 신들린 연기를 보여줘 이 같은 논란을 잊게 만들었다. 배우로서는 그 어떤 찬사도 아깝지 않았던 신은경이 ‘마을’이 끝난 지금 상황을 반전 시킬 입장을 내놓을 수 있을지,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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