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마을’, 시청률 뺀 모든 것이 완벽했다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5.12.04 09: 58

시청률 빼고는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지금껏 국내에서는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던 장르물의 벽에 가로막혔지만, 그야 말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던 명품 드라마의 탄생이었다.
지난 3일 종영된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극본 도현정, 연출 이용석, 이하 ‘마을’)은 평화롭던 마을 아치아라에 암매장된 시체가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다. 2년만에 ‘마을’을 통해 안방극장에 복귀한 문근영은 이 비밀을 풀어가는 한소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마을’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2년 전 자취를 감춘 김혜진(장희진 분)을 죽인 범인이 누구냐는 것이다. “누군가 나를 부른 것 같아”라며 운명에 이끌리듯 아치아라로 오게 된 소윤은 이상한 기운이 가득한 아치아라에서 여러 인물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죽은 혜진이 자신의 언니 한소정임을 알게 됐다. 그리고 소윤은 혜진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는 마을 사람들에 의심을 품고는 죽음의 비밀을 파헤쳐 갔다.

‘마을’은 음산한 분위기 속 미스터리한 인물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하곤 했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용의 선상에 오를 정도로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는데, 결국 이들 모두가 치밀하게 엮여 있다는 사실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또 스쳐 지나가는 줄 알았던 장면마저 중요한 복선으로 떠오를 만큼 촘촘한 이야기 구조는 한 시도 방심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허를 찌르는 반전이나 충격 엔딩은 ‘마을’을 계속 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이에 대해 이용석 PD는 OSEN에 “‘마을’은 사실 불친절한 드라마다. 하나씩 조각을 맞춰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전체 스토리를 알게 되면 ‘아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느끼실 거다. 문근영 씨와도 ‘한 번 소비되고 마는 드라마가 아니라 시청자들이 다시 돌려보고 복기하는 드라마를 만들자’는 얘기를 하면서 의기투합을 했다. 분명 정상적인 스토리텔링은 아니지만, 나중에 보시면 현재의 의문들이 모두 이해가 되실 거다”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다는 의미다.
배우들의 활약 역시 대단했다. 섬세한 감정 연기로 극을 이끌었던 문근영을 비롯해 소윤을 도와 수사를 했던 우재 역의 육성재, 신들린 연기를 보여줬던 신은경과 장소연,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장희진 등 ‘마을’에 출연했던 모든 배우들은 기대 이상의 연기력을 보여주며 극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줬다.
‘마을’이 남긴 또 하나의 의미는 잔인하리만큼 처참한 현실에 대한 일침이었다.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던 성폭행범 남씨(김수현 분)는 공소시효가 끝나 죄값을 받지 못했고, 또 다른 악의 근원인 서창권(정성모 분) 역시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권력을 장악할 것을 예고해 씁쓸함을 남겼다. 고통을 받는 건 피해자들 뿐이었다. 이는 잔인한 범죄가 낳은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지를 보여주는 한편,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오히려 고통을 받는 참담한 현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비록 방송이 되는 내내 5~7%의 시청률을 얻는 데 그쳤지만, ‘마을’이 주는 의미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묵직했다. 이에 많은 시청자들은 “명품 드라마”, “인생 드라마”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힘겨운 싸움일거라 예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대본과 흡인력 높은 연출, 구멍 없는 연기력으로 뚝심 있게 도전을 강행했던 ‘마을’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parkjy@osen.co.kr
[사진]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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