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문근영이 증명한 17년차 여배우의 품격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5.12.04 11: 42

역시 문근영이었다. 더욱 깊고 성숙해진 문근영의 연기는 ‘마을’의 시작과 끝을 의미 있게 장식하며 큰 여운을 안겼다.
지난 3일 SBS 수목드라마 스페셜 ‘마을-아치아라의 비밀’(극본 도현정, 연출 이용석, 이하 ‘마을’)이 ‘역대급 드라마’라는 찬사를 얻으며 종영됐다. 영화 ‘장화, 홍련’ 이후 첫 스릴러에 도전한 문근영은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을 뿐 아니라, 17년 차 여배우의 저력을 과시했다.
 

문근영은 개인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범죄도 덮어버리는 마을의 추악한 비밀을 파헤치는 여교사 한소윤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마지막까지도 “피해자가 있으면 당연히 가해자가 누군지 밝혀야 한다”, “진짜 죄인은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게 억울하고 분하다” 등을 외치며 진실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문근영의 호소력 짙은 연기와 목소리는 진정성을 더하며 드라마의 메시지를 부각시켰다.
 
혈연관계를 떠나 강한 가족애를 실감 나게 표현한 문근영의 감정 연기도 단연 명불허전이었다. 오롯이 어릴 적 추억에 기댄 채 언니 혜진(장희진 분)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문근영은 깊은 눈빛만으로 캐릭터의 감정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냉연과 열연을 오가며 복잡한 감정선을 폭넓게 소화한 문근영은 통쾌함과 애잔함을 동시에 선사하며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했다.
그동안 작품의 타이틀롤을 맡아 왔던 문근영은 ‘마을’에서만큼은 기존에 보여줬던 것과 다른 행보로 작품을 빛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연기가 아닌, 사건 중심의 전개를 부각시키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서 절제된 연기를 선보인 것. 또한 각 인물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연기 호흡은 보는 재미를 더했다. 오로지 시청자와 작품을 위해 자신을 낮추고 힘을 빼고 배우로서 한층 성숙해진 문근영이 보여줄 다음 행보가 참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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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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