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리화가'는 '수지의 영화'라는 인식이 강하다. 아무래도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영화이다보니, 판소리를 소화하는 수지의 모습에 이목이 쏠렸다. 그렇지만 '도리화가'는 수지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앙상블을 이루는 작품이다. 특히 동리정사의 3인방이 그렇다. 송새벽, 이동휘, 안재홍은 진채선(배수지 분), 신재효(류승룡 분)와 함께 고락을 나누는 동리정사 소리꾼들로 분해 웃음과 감동을 준다.
그 중에서도 송새벽은 동리정사의 소리 선생 김세종 역을 맡았다. 김세종은 조선시대 소리꾼 양성소 동리정사의 실질적 살림을 담당하는 인물로 역사 속 실존한 판소리 명창이다. 또 영화 속에서 그는 진채선의 재능과 가능성을 신재효보다 조금 먼저 알아본 사람으로 그려진다.
송새벽은 이 김세종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 1년 가까이 판소리와 북을 배워야했다. 실감 나는 연기에 대한 부담감으로 처음에는 출연을 망설이기도 했다고.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이 영화의 배우들은 전부 국립국악원 배우들을 캐스팅 할 수밖에 없다"는 감독의 설득에 넘어갔다. "죽이 되든 밥이 되는 해보자"는 마음으로 출연을 결정했고, 그 때부터 판소리의 매력에 푹 빠져 연습에 매진했다.
'도리화가'의 시나리오는 송새벽의 가슴을 "쿵쾅거리게" 할 정도로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야! 이거 한 판 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이렇게 함께 노는 자리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 출연을 결심했다는 것. 영화지만, 연극적인 부분들이 있는 것도 연극배우의 피가 흐르는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간의 작품에서 유쾌한 역할들을 많이 맡았던 송새벽이지만, 반대되는 느낌의 캐릭터를 한 적도 많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는 김세종 역할을 통해 이야기의 중심을 이끌어 가는 진채선과 신재효, 감초 역할을 하는 칠성(이동휘 분)과 용복(안재홍 분) 사이에서 무게 중심을 잡았다. 여성의 소리가 금기시된 조선시대, 여자인 진채선을 소리꾼으로 키우려는 신재효의 뜻을 따르며 함께 사투를 벌이다가도, 칠성, 용복과 함께 한바탕 즐거운 판소리 마당을 꾸릴 수 있는 인물이 김세종이다.
실제 만나 본 송새벽은 영화에서보다 훨씬 말랐다. 현재 찍고 있는 '7년의 밤' 때문에 다이어트를 감행했고, 무려 10kg을 감량한 상태라고 했다. '도리화가'를 보며 함께 고생했던 시간들이 생각나 울컥 했다는 그와의 인터뷰를 정리했다.
이하 일문일답.
-영화를 어떻게 봤나?
나 역시 내가 찍은 영화를 보면 항상 아쉽다. 내가 나오는 신들은 모르겠지만, 전반적인 영화는 잘 봤다. 눈시울이 여러번 젖었다. 같이 촬영하다가 고생한 예전 기억도 많이 나고, 여러 생각이 나서 '울컥 울컥' 하더라.
-판소리를 특별히 준비했을 것 같다.
1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연습을 했다. 배우들이 한 연습실을 지정해서 계속 연습을 했는데, 나는 주5~6회 정도 했다. 나는 국립국악원에서에 안휘호 선생님이라는 선생님이 계시는데, 내가 고수 역할도 하니 그 분으로부터 소리와 북을 같이 중점적으로 배웠다. 그 밖에 다른 선생님도 계시다. 타악기는 처음 배워봤다. 연극을 했을 때도 타악기를 직접 배워서 해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사실 되게 두려웠다. 역할도 역할이지만, 악기 하는 소리를 관객들이 볼 때 '뽀록'이 나면 어쩌나 두렵더라.
-판소리에 어떤 매력이 있던가?
굉장히 매력이 많다. 어려울 것 같고, 딱딱할 것 같고, 그걸 배우려면 학문적으로 공부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가사의 뜻, 운율, 그런 것들을 공부해보니 너무 재밌더라. 그 재밌음에 솔직함과 야함(?)도 포함된다. 춘향가의 가사들을 보면 되게 야하고 거침없다. 적나라하고. 그런 부분들이 예전에 예인들은 이러고 노셨구나, 그런 게 되게 재밌었다. 그 시대도 금기시되는 것들이 많아서 많은 것을 못 하는 시대이지 않나? 그게 재밌더라. (생략) 노래를 듣고 부르니까, 굉장히 정서적으로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취미 삼아서라도 배워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류승룡과의 만남은 어땠나?
처음에 뵀을 때는 작품으로만 봬 농담도 못 건넬 것 같고, 그런 느낌들이 있었다. 영화 속 캐릭터 때문인가 그런 게 많았다. 실제 함께 해보니 굉장히 유하고, 유쾌하시고, 말씀도 너무 재밌게 잘 하시고, 너무 편하게 잘 했다. 촬영 때도 편하게 잘 찍었다. 촬영 끝날 때 항상 맛집을 데려가신다. 다음 촬영에 대한 에너지를 같이 보충하는 거다. 배려심이 많다.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될 것 같은데'하는 생각이 정도로 되게 많이 챙겨주셨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낙성연 장면 중 춘향가를 부를 때 변학도 역을 맡은 부분이 코믹했다는 평과 함께 이를 의도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많은 작품에 출연했음에도 여전히 '방자전'의 변사또 캐릭터가 언급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재밌게 봐주시는 건 너무 감사한 부분이다. '방자전'이 2010년 영화다. 5년이 지났다. 그렇지만 그 '방자전'이라는 작품을 말씀 해주시는 것도 그만큼 영화를 재밌게 봐주셨으니까 그런 것 같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일단 그런 질문이 저도 의아하긴 했다. 그리고 또 다르게 생각해 보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거 같았다. 그 부분에 대해서 감독님과 얘기를 했다. 감독님 '이게, 혹시나 그럴까요?' 물었더니, 감독님은 '그건 아니'라고 얘기하시더라.
-결혼을 한 지 2년이 됐다. 결혼을 하고 나서 연기에도 달라진 점이 있던가?
정서적으로 좋은 점이 많다. 일단 혼자 살 때보다 먹는 거나, 그런 것들은 밥도 같이 먹어야 잘 먹고, 그런 얘기가 있더라. 결혼한 사람보다 혼자 사는 사람의 수명이 짧다는 얘기가 나오더라. 그만큼 밥을 잘 안 챙겨 먹어서다. 분명히 차이는 있다. 정신적으로나, 가족이라는 부분이 생기니까 전보다 안정적이 되는 것 같고, 옆에서 '케어'도 해주시고, 아내도 연기자라서 그런 속내를 잘 아는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은 내가 감사하다.
-'도리화가'의 흥행은 어느 정도로 보나?
주관적인 느낌은 항상 잘 될 것 같지만, 개봉 해봐야 안다. 매번 그렇다. 어떻게 될 지 모른다. 나는 내가 찍은 작품을 볼 때마다 아쉬움이 많다.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더' 그런 마음이 드는 부분이 있어 내 분량의 신들을 보면 아쉽다. 아쉬움의 연속이다. 언제쯤 보고 '딱 그거야' 하는 날이 올까? /eujenej@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