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능력자들', 덕후는 세상을 이롭게 한다
OSEN 박꽃님 기자
발행 2015.12.05 06: 57

한 분야에 빠져 있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덕후’라고 부른다. 좋아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단순한 관심을 뛰어넘어 전문가 수준의 지식까지 갖추게 된 이들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좋아하는 것에만 몰두할 것 같은 선입견을 갖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섣부른 오해는 금물이다. 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세상을 이롭게 하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지난 4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능력자들’에서는 네 번째 정기모임이 그려진 가운데 신발 능력자 곽지원 씨가 출연했다.
이날의 능력자는 지나가는 사람의 신발을 보고 모델명 맞히기는 기본, 진품 여부를 가려내고 평소 신발을 좋아하는지 아닌지도 알아차리는 대단한 눈썰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신발 수는 무려 400켤레. 이것도 결혼 전에는 1,000켤레를 가지고 있었으나 결혼 자금 준비 때문에 600켤레를 처분하고 남긴 숫자였다. 

그 중 실생활에서 신고 다니는 건 20켤레 정도에 지나지 않았고, 나머지는 박스와 부속품을 구입 이후 그대로 보존하며 신발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능력자가 신발에 빠지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모델의 1993년 발매 원판을 신문지와 검정 비닐도 모자라 밀봉까지 해 놓은 그의 컬렉션은 흡사 박물관을 연상시킬 정도로 철저하고 완벽했다.
이런 그에게는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능력이 있었다. 그건 바로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식왕 랭킹 1위의 절대신이라는 점이었다. 신발을 포함한 전 분야를 통틀어 각종 지식 질문에 10만 개 이상의 답변을 단 그는 현존하는 절대신 3명 중에서도 1등이라는 놀라운 내공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그는 하루에 5시간씩 답변을 달고 있었고, MC 김구라는 그 이유에 대해 물었다. 
능력자가 그렇게 답변에 열심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신발의 가품을 파는 이들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어디에 딱히 물어볼 곳도, 제대로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는 진품 여부에 대해 능력자는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주고 있었다. 이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가품을 구입한 피해자들은 환불을 받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고, 능력자는 가품 판매를 통해 일어나는 소비자의 손해를 막는 데 일조하고 있었다.
물론 이렇게 자신의 시간을 투자해 답변을 다는 것에 대해 보장되는 수입이란 건 없었다. 하지만 능력자는 그런 것들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신발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어디선가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을 돕고 있었다. 단순히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해 자연스럽게 쌓은 능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용하고 있는 신발 능력자 곽지원. 그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덕후임에 틀림없었다.
한편 ‘능력자들’은 취미와 즐길 거리가 사라져 삭막해진 대한민국의 숨은 능력자들을 찾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금요일 오후 9시 30분에 방송된다. / nim0821@osen.co.kr
[사진] ‘능력자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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