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종영된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은 평화롭던 마을 아치아라에 암매장된 시체를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로, 매 회 충격 반전과 흡인력 높은 연출, 구멍 하나 없이 완벽했던 배우들의 연기력 등으로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극찬을 얻었다.
물론 시청률은 장르물의 한계에 가로막혀 그리 높지는 않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국내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완성도를 자랑해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중 마지막회에서는 죽은 혜진(장희진 분)을 둘러싼 모든 비밀이 풀린 가운데 아무리 부정을 해도 엄마일 수밖에 없었던 지숙(윤지숙 분)의 안타까운 진심,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전했던 혜진의 과거 모습 등이 공개돼 큰 여운을 남겼다.
특히 이용석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이 '마을'에 대해 뜬금없는 러브라인, 연기 못하는 배우, 쪽대본 등 세 가지가 없는 '3無 드라마'라고 자평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PD는 "이렇게 말을 해놓으면 작품의 정체성을 흐리는 일을 안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문근영 씨도 그렇고, 스태프들도 '어설프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지 말고 선을 분명히 하자'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이 PD는 "사실 여배우들이 이 역할을 할까 싶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문근영 씨가 이 역을 한다고 했을 때 의외였다. 문근영 씨는 이렇게 러브라인이 없는 것이 좋았다고 하더라. 또 신데렐라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관찰자의 입장이 된다는 것이 새롭다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이 PD의 설명처럼 문근영이 연기한 여주인공 한소윤은 마을로 온 뒤 혜진이 자신의 언니인 한소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 혜진이 그토록 마을에서 찾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또 왜 죽었는지에 대한 비밀을 찾고자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조용했던 아치아라를 발칵 뒤집어놓는 소윤이 마음이 들리 만무했다. 이에 소윤은 할머니에게 물세례를 맞기도 했고, 늘 차가운 시선과 독설을 들어야 했다.
이 캐릭터에 대해 이 PD는 "마지막회에 '나는 진실을 밝히는 게 옳다고 믿고 한 건데 그것 때문에 불편해하고 상처받는 사람들도 있는 건 사실'이라는 소윤의 대사가 나온다"며 "소윤은 무술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부분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단지 진실을 찾기 위한 집요함이 있었다. 한 번은 문근영 씨에게 '양들의 침묵'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조디 포스터가 맡았던 클라리스 스탈링이 세면 서스펜스가 생길 수 없다. 겁 많고 유약한 캐릭터가 연쇄살인범을 만나고 진실에 맞섰기 때문에 서스펜스가 생길 수 있었다. 이 드라마에서는 소윤이 클라리스 스탈링과 같은 역할이다'는 얘기를 했었다. 그랬더니 문근영 씨 눈이 반짝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이 PD는 "소윤은 16회 연쇄살인범인 아가씨(최재웅 분)와의 마지막을 위해 캐릭터를 차곡차곡 구축해온 것"이라며 "그렇기에 집요한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시너지가 생길 수 있었다. 만약 소윤이가 세고 억척스러웠고, 겁도 없었다면 그 마지막 장면이 살아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근영 역시 소윤이 폐가에서 아가씨에게 붙잡혀갔다가 총을 겨누는 이 장면을 "육체적으로, 감정적으로 가장 힘들었고, 온 힘을 다 쏟아부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PD는 "마지막 촬영이었기 때문에 준비를 많이 하고 찍을 수는 없었다. 막판에 비와 눈이 내리다 보니, 그걸 피한다고 세트 스케줄이 몰렸다"며 "그 장면도 후다닥 찍은 건데 배우들이 다 잘했더라. 편집을 하고 방송을 보는데 제가 더 많이 놀랐고, 정말 고마웠다"고 최선을 다해준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윤지숙 역을 맡았던 신은경에 대해 "연기의 신이다. 감수성, 순발력, 에너지 등 다른 배우들과는 비교가 안 된다"며 "또 다른 장점은 상대 배우의 연기까지 잘 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자신만 잘하려고 하는데, 신은경 씨는 자신도, 상대 배우도 잘하게 해준다. 정말 고수다"라고 극찬을 했다.
또 "아가씨 역을 최재웅이 했었는데, 나중에 그 역할이 제대로 그려지고 난 뒤에 이 역을 하고 싶다고 한 배우들이 꽤 있었다"며 "사실 최재웅에게도 이 역할에 대해 여장을 한다는 것만 알려줬고 연쇄살인범이라는 건 안 알려줬다. 친분이 있다 보니 그냥 '여장 한 번만 더 하자'라고 했다"고 말하며 웃음 지었다. 우재(육성재 분)와 짝을 이뤄 수사를 해나갔던 한경사 역의 김민재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열혈 형사가 아니었다. 그런데 리허설에서 보여주는 에너지가 상당하더라. 이 기를 죽이면 안 될 것 같아서 자유롭게 하라고 풀어줬는데, 결과적으로 좋은 시너지를 얻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 PD는 시청자들이 바라고 있는 시즌2에 대해 "배우들간의 케미가 정말 좋았기 때문에 작가 선생님이 쓰신다고 하고 또 기회가 된다면 마다할 리는 없겠지만 현재까지는 계산된 것이 없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우리끼리는 농담으로 시트콤으로 장르를 바꿔서 최형사(조한철 분)와 한경사가 연쇄살인범을 잡는 팀을 꾸리는 것은 어떻겠냐는 얘기를 했다. 또 문근영 씨가 다음에 뭘 할거냐고 묻길래 '코미디할 거다'라고 했더니 같이 하자는 농담도 했다"며 "스릴러는 기회가 되면 또 하고 싶다. 이런 장르물은 스태프들의 공이 두드러지는 장르라 참 좋았던 것 같다"고 전해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케 만들었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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