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응찰 수모’ 손아섭-황재균, 세 가지 실패 이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2.05 13: 00

메이저리그(MLB)의 시선은 냉정했다. 롯데의 두 스타가 MLB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에서 고배를 마셨다. 세 가지 정도가 실패 이유로 분석되는 가운데 앞으로 MLB 도전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게는 좋은 교훈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5일 오전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황재균에 대한 포스팅 결과, 응찰액을 제시한 구단이 없음을 통보 받고 이를 롯데 구단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말 팀 동료 손아섭도 같은 신세로 MLB 진출의 꿈을 접은 상황에서 황재균마저 MLB의 차가운 시선만 확인한 셈이 됐다. 좀 더 일찍 큰 무대에 도전하고자 했던 두 선수로서는 허탈한 결과다.
관계자들은 실패 이유로 세 가지 정도를 들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기량이다. 두 선수는 자유계약선수 신분을 획득하지 못한 상황에서 포스팅으로 MLB 도전에 나섰다. FA 선수들에 비하면 확실히 더 어려운 경로다. 이렇게 불리한 조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MLB 팀들의 시선을 끌만한 확실한 자기 어필을 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류현진 강정호의 성공, 박병호의 대박으로 KBO 리그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무조건적이 아닌, 어디까지나 선수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실제 MLB FA 시장에는 많은 코너 외야수가 쏟아져 나온다. 특급이 아니더라도 MLB 무대에서 뛴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시장에 바글바글하다. 3루수는 거포의 영역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두 선수의 KBO 리그 성적은 뛰어났지만 기존 선수들을 모두 제쳐두고 도박을 걸 정도는 아니라는 결론이 이번 포스팅 결과로 이어졌다.
두 번째는 사전 홍보의 미흡이다. 박병호의 경우 올해 캠프 때부터 MLB 도전 의사를 밝혔다. 에이전트들도 1년 전부터 박병호의 MLB 진출을 계획했다. 이에 박병호에 대한 관심이 1년 내내 이어졌고 결국 1285만 달러라는 비교적 높은 포스팅 금액으로 결실을 맺었다. 박병호의 출중한 기량이 포스팅 성공에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지만 철저한 준비도 성공적인 포스팅을 도왔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두 선수는 시즌 막판이 되어서야 MLB 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 관계자는 “MLB 팀들은 자신들의 눈만 믿는다. 기록은 부차적이다. 제대로 관찰하지 못한 선수들에 대해서는 결코 도박을 걸지 않는다”라며 철저한 그들의 세계를 전했다. 이런 여건에서 MLB 스카우트들이 두 선수의 기량을 면밀하게 파악할 만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게 야구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는 이미 포스팅 절차 전부터 경고됐던 사안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포스팅 시기 및 세일즈 실패다. 두 선수가 동시에 MLB 진출을 희망함에 따라 소속팀 롯데는 고민에 빠졌다. 한 시즌에 한 선수만 보낼 수 있는 KBO 규약 때문이다. 교통정리 끝에 손아섭이 먼저, 황재균이 나중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포스팅을 추진했으나 결과적으로 두 선수 모두에게 타격이 되는 결과가 나왔다.
두 선수의 저조한 인기를 예견한 한 에이전트는 “박병호만큼 확실한 기량이 있는 선수들은 시장 여건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최대한 일찍 포스팅 시점을 당기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라면서도 “손아섭과 황재균은 어디까지나 팀의 우선 목표가 아니다. 이런 선수들은 윈터미팅이 끝나고 MLB 이적시장 광풍이 정리된 이후 전력 보강에 성공하지 못한 팀들의 틈새시장을 찾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이었다. 하지만 두 선수의 포스팅 절차를 모두 해야 하는 여건상 그런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 데 실패했다. 두 선수의 기량도 있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꼬인 점도 있었다”라고 아쉬워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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