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에 걸린 이혼한 남편의 병수발과 국가대표 복서를 꿈꾸는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의 뒷바라지를 동시에 해내는 엄마가 있다. 그 엄마는 남편이 과거에 진 빚까지 갚으며 혼자서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다. 영화가 아니라 ‘동상이몽’에 출연한 어머니의 이야기다.
지난 5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에서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국가대표에 대한 부담을 주는 것이 고민인 고1 복서 이희섭 군이 출연했다. 이희섭군의 아버지는 5년째 루게릭병과 싸우는 중이었고 어머니는 혼자서 생계를 꾸리면서 법적으로 이혼한 남편의 병수발을 해왔다. 그런 어머니의 희망은 오직 국가대표를 할 가능성이 보이는 아들뿐이었다.
어머니는 강했다. 어머니는 남편의 발병하기 2년전인 7년 전에 법적으로 남편과 이혼했다. 어머니가 남편과 이혼한 이유는 남편이 계속 집밖을 떠돌며 가정을 방치했기에 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혼한 뒤에 연락도 없던 남편은 루게릭병이 발병하자 다시 어머니에게 돌아왔다. 어머니는 자신이 남편을 미워해서 병에 걸린 것 같아 죄책감에 아버지의 병수발을 들었다. 심지어 남편의 빚독촉 전화에 시달리면서 꼬박꼬박 그 빚을 갚아왔다. 세상의 온갖 불행이 겹친 삶을 사는 어머니는 꿋꿋하게 그 짐을 짊어지고 살아왔다. 어머니라는 이름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져갔다. 남편의 정기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은 부부는 의사로부터 상태가 계속 나빠져 남편 혼자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머니는 과거에 자신을 괴롭히던 남편이기에 상태가 좋아지지도 죽지도 않고 이 상태만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충격을 안겼다. 남편 때문에 고생한 과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가 느껴지는 말이었다.
항상 밝고 긍정적인 어머니였지만 자신이 짊어진 짐의 무게를 힘겨워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매일 새벽기도에 가서 기도를 드린다. 어머니는 “매일 아침마다 기도를 드리면서 하나님께 묻는다”며 “하나님은 왜 이렇게 저만 미워하는 것 같다. 이제 저도 행복해지고 싶다”고 힘겨운 삶에 대해 한탄하며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남편과 아들을 위해 핸드폰 조립 아르바이트부터 미용실 보조, 식당 설거지까지 온갖 힘든 일을 하면서 살아온 어머니의 모습은 정말 위대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하여 남편과 아들을 버린 어머니의 삶이 행복하다고 할 수도 없다. 인생은 장기처럼 외통수에 걸렸다고 포기해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안타까움만 커져갔다.
부모님으로부터 꼭 국가대표가 돼야한다는 엄청난 기대에 부담감을 느끼는 고1 복서 아들도 루게릭병을 앓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아버지도 이런 고1 아들과 남편을 뒷바라지하는 어머니도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날 방송에서 고1 복서 아들이 어머니를 이해하며 국가대표가 되겠다고 약속하는 모습을 보고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pps2014@osen.co.kr
[사진] '동상이몽' 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