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있어요’ 속 김현주가 과거 저질렀던 악행과 마주하며 충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박한별이 이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악녀 본색은 이미 예전부터 드러내 왔지만, 이렇다할 활약을 하지 못했던 박한별이다. 그리고 여전히 등장만 했다 하면 시청자들의 짜증만 유발하고 있어 아쉬움을 자아낸다.
지난 5일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극본 배유미, 연출 최문석) 27회에서 강설리(박한별 분)는 독고용기(김현주 분)를 이용해 도해강(김현주 분)을 압박할 계획을 꾸몄다. 과거 도해강이 천년제약 상무였고, 냉혈한 변호사였던 것을 독고용기에게 알리면서, 복수심을 불태우게 한 것.
이에 독고용기는 도해강을 만나 과거 자신의 약혼자가 내부고발자라는 이유로 결국 죽게 됐으며, 자신과 딸 또한 위협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중국을 떠돌며 힘겹게 살았다고 고백하며 “죄값을 받아라”라고 일갈했다. 도해강은 독고용기가 자신의 쌍둥이 동생이임을 알고 있었던 터라 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를 전해 들은 강설리는 “선한 척, 깨끗한 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는 그 여자, 소름 돋는다”며 치를 떨었다. 또 독고용기에게 방송에 나가지 않은 영상을 언론에 풀라고 종용했다. 이에 독고용기가 “천년제약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했지만 강설리는 “다 얻을 수 없다. 난 돈도, 자리도, 권력도 필요없다. 애들 가르치고 하고 싶은 연구하면서 사는 걸로 충분하다”고 욕심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듯이 얘기를 했다.
이어 강설리는 “그 여자(도해강)가 짓밟은 내 자존심. 내 자존감. 사랑하는 사람 인생에 실수가 되어버린 내 사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고용기의 입장에서는 강설리가 정의로워 보일 수도 있지만, 실상은 달랐다. 강설리는 과거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서는 전혀 죄책감은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강설리는 극 초반 아픔이 많은 인물로 그려졌다. 어릴 적 버림 받아 엄마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지만 우듬지 식구들과 함께 밝고 긍정적으로 자랐다. 홀로서기 위해 악착같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김밥으로 끼니를 떼우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모난 구석 하나 없이 밝기만 한 성격은 강설리의 최대 장점이었다.
그런데 유부남인 최진언을 사랑하게 되면서 인생이 꼬여도 한참 꼬여버렸다. 자신의 사랑은 불륜이 아니고, 뺏은 사람보다 뺏긴 사람이 더 나쁘다는 말을 도해강 앞에서 당당하게 하는 등 불륜을 정당화시켰다. 또 자신 때문에 도해강이 받았을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고, 늘 자신만이 도해강에게 짓밟혔다고 주장했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을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그리고 지금은 기억을 잃은 도해강에게서 최진언을 빼앗기지 않으려 발버둥을 쳐댔다. 어떻게든 최진언과 도해강의 사이를 방해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도해강의 뺨을 때리고 면전에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폭언을 퍼부었다. 또 도해강이 칼에 찔려 쓰러지는 광경을 보고서도 모른 척 했고, 오히려 죽으라는 저주를 해댔다.
이도 저도 되지 않자, 강설리는 치매에 걸린 최진언의 모친 홍세희(나영희 분)를 보살핀다는 핑계로 최진언의 집을 계속 찾았다. 또 어떻게든 도해강을 쳐내려 안간힘을 쓰는 최진리(백지원 분)와도 동맹을 맺었을 뿐 아니라 도해강에게 “기억을 찾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과거 진언과 찍었던 사진을 보내기도 했다.
물론 강설리는 밥 먹듯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양심의 가책 한 번 느끼지 않던 그간의 악녀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강설리가 독고용기에게 전한 내용은 모두 사실이기 때문. 하지만 최진언 앞에서는 마치 비련의 여주인공이라도 된 듯 애절한 눈물을 흘리며 집착을 하고, 늘 그랬듯 자신의 잘못은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최대 피해자인양 행동하는 모습 등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악역인 민태석(공형진 분), 최진리에 비해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은 강설리의 치명적인 단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공감할 수도, 연민을 느낄 수도 없는 강설리가 앞으로 도해강을 상대로 강한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한편 ‘애인있어요’는 기억을 잃은 여자가 죽도록 증오했던 남편과 다시 사랑에 빠지는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와 절망의 끝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한 극과 극 쌍둥이 자매의 파란만장 인생 리셋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다. / parkjy@osen.co.kr
[사진] ‘애인있어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