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빌미로 아버지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결혼까지 했건만, 어째 조보아의 낌새가 심상치 않다. 임신한 자신을 위하는 남편과 시어머니를 보며 평소의 그답지 않게 마음에 담아놓은 말을 건네지 못한 채 입을 꾹 다물고 마는 모습은 그가 결혼을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을 품게 하기에 충분했다. 정말 그 모든 것이 결혼이란 목표를 이루기 위한 간 큰 거짓말이었던 것일까.
지난 5일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부탁해요, 엄마'(극본 윤경아, 연출 이건준)에서는 형순(최태준 분)과 산옥(고두심 분) 앞에서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 보이는 채리(조보아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형순은 채리를 위해 떡볶이와 순대 등 야식을 사 와 함께 먹었다. 하지만 뒤늦게 진짜 채리가 먹고 싶어 했던 건 분식이 아닌 예전부터 자주 가던 프렌치 레스토랑의 음식이란 걸 알게 됐다. 이런 일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채리는 “이게 훨씬 맛있다”라며 그가 사 온 음식을 맛있게 먹었지만 형순은 그런 채리의 모습을 바라보며 ‘하긴 우리 양양이도 있는데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게 얼마나 먹고 싶을까’라고 안타까워했다.
저녁때의 일이 줄곧 마음에 걸렸던 형순은 결국 채리에게 “오빠가 맛있는 거 팍팍 못 사주고 미안하다”라는 말을 건넸다. 이에 채리는 형순이 사다 준 순대랑 떡볶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냐고 언제나처럼 밝은 모습으로 답했지만 그의 말이 형순에게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질 리는 만무했다. 결국 형순은 채리가 좋아하는 맛있는 걸 먹으러 가자고 권했고, 1인당 30만 원이 넘는 한 끼 식사 가격을 알고 있는 채리는 “어머님이 해주시는 맛있는 반찬 매일 먹고 있어서 먹고 싶은 것 없다”라고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형순은 “너는 괜찮아도 우리 양양이는 아닐 것 같다”라며 뱃속에 있는 아이를 걱정했고, 이 말에 채리는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형순은 그의 배에 손을 가져다대며 양양이의 움직임을 물었다. 채리가 애매모호한 답을 하는 사이 형순은 일을 하면서 틈틈이 임신 육아 사이트에서 보고 공부한 내용을 늘어놓았고, 급기야는 채리의 배가 더 불러오면 함께 임산부 요가를 하러 가자고 권하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생긴 아이에 놀라고 당황스러워했던 그였지만 새로 태어날 생명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형순이었다. 이런 그에게 채리는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했다. 하지만 형순은 눈치 채지 못하고 “우리 양양이는 누구 닮았을까. 채리 닮은 딸이면 얼마나 예쁠까. 빨리 보고 싶다 우리 양양이”라며 행복한 상상을 했고, 결국 채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할 말을 삼켜야 했다.
채리의 미심쩍은 태도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형순을 마중 나가려는 채리에게 습관처럼 큰 소리를 친 산옥은 한 박자 늦게 그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놀라지는 않았냐”라며 거듭 사과했다. 이에 채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죄라도 지은 것 마냥 어두운 얼굴로 ‘아니요. 제가 죄송해요 어머니’라는 속말을 했다. 이어 그의 얼굴을 살피며 먹고 싶은 걸 다 해주겠다고 묻는 산옥의 말에 채리는 형순 앞에서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미안한 표정을 짓기만 해 다시 한 번 그의 임신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했다.
거듭되는 채리의 태도는 의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임신에 대한 증거는 임신테스트기 확인 후 채리의 입에서 나온 단 한 마디의 말 뿐, 산부인과 진료기록 등의 사실적 증거는 없는 상태다. 만약 채리의 임신이 거짓말이라면 양쪽 집안이 뒤집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사실. 게다가 두 사람의 결혼 후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딸에게 등을 돌리고 만 철웅(송승환 분)은 기다렸다는 듯이 채리를 자신의 품으로 데려갈 것이 분명하다.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게 될 채리의 임신 여부, 과연 진실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한편 '부탁해요, 엄마'는 세상에 다시없는 앙숙 모녀를 통해 징글징글하면서도 짠한 모녀간 애증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 nim0821@osen.co.kr
[사진] ‘부탁해요, 엄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