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도 무쌍 전성시대다. 쌍꺼풀 있고 큰 눈이 각광받았던 과거와 달리 무쌍꺼풀의 신비로운 눈도 ‘매력적’이라며 칭찬하는 요즘이다. 확실히 독특한 느낌을 주며 순수함부터 강렬함까지 배역에 따라 변화무쌍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도 한몫한다. 그만큼 미의 기준도 다양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 ‘검은 사제들’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박소담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무쌍꺼풀의 여배우 중 올해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선보였다. 지난해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을 시작으로 올해 ‘사도’, ‘베테랑’, ‘검은 사제들’에 드라마 ‘붉은 달’, ‘처음이라서’까지 소처럼 일하며 활약했다.
박소담은 ‘검은 사제들’에서 악령에 쓰인 여고생 영신 역을 맡아 관객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또 눈물짓게 했다. 악령에 쓰인 상태에서는 섬뜩한 눈빛으로 돌변했고 악령에게 잠시 벗어났을 때는 그 누구보다 순수한 소녀의 눈빛이었다. 무엇보다 삭발과 괴기스러운 분장도 망설임 없이 해내는 연기 열정과 귀신같은 연기력이 더해지니 배우는 더욱 아름다워 보일 수밖에.
박소담의 바통을 이어받은 여배우는 한예리다. 신기하게도 그 역시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이다. 지난 2012년 ‘코리아’를 통해 관객들에게 얼굴을 본격적으로 알린 한예리는 ‘해무’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강렬한 캐릭터를 주로 해왔던 그녀는 이번엔 사랑스러움을 연기한다. ‘극적인 하룻밤’을 통해 윤계상과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도전한 것.
‘극적인 하룻밤’은 연애하다 까이고, 썸 타다 놓치는 연애 을(乙) 두 남녀 정훈(윤계상 분)과 시후(한예리 분)가 원나잇 쿠폰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시후는 애인에게 정 주고 마음 주고 돈까지 꿔주다 차여버린 후 운명처럼 정훈을 만나면서 자존감을 회복한다. 사랑을 받으면서 스크린에 비치는 시후의 모습은 점점 사랑스러워진다.
한예리는 앞서 인터뷰에서 ‘최근 류준열, 박소담 등 미의 기준이 달라진 것 같다’는 말에 “사실 너무 좋은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관객분들이 다양성을 열어주시는 거니까 감사할 따름이다”며 “아무래도 너무 잘생기거나 예쁜 사람이 나오면 상황에 따라 ‘너무 말도 안 되는 것 같아’라는 말씀을 하시곤 하는데 저는 그런 얘기를 못 듣는다. 그런 부분에서 공감해주시는 것 같아서 더 많이 사랑해주시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무쌍 전성시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고 연기를 통해 아름다움까지 내려놓을 준비가 돼 있는 여배우들이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무쌍 전성시대를 만든 것은 그들의 열정과 실력 덕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 besodam@osen.co.kr
[사진] '검은 사제들', '극적인 하룻밤'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