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응팔', 혜리에게 투영된 '엄마' 판타지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5.12.06 13: 00

5일 방송의 감동 코드는 '엄마'였다. 매회 시청자들을 울리는 tvN '응답하라 1988'(연출 신원호, 극본 이우정) 10회에서는 어른들도 엄마가 그립다는 내용을 보여주며 다시한 번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응답하라 1988'의 주제는 가족이다. 그렇기에 이 전의 두 시리즈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보다 묵직하고 어떤 면에서는 어둡다. '남편 찾기가 크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는 반응 역시 그렇기에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러브라인을 감싸고 있는 가족과 사회 얘기가 씨실과 날실처럼 짜여져간다.
그래서일까. 이번 시리즈의 여자 주인공 덕선(혜리)은 그 전 시리즈의 주인공들보다도 더욱 우리네 '엄마'를 닮았다. 세련됨도, 돈도, 좋은 머리도 없지만 누구보다 정 많고 야무지고 따뜻하다. 거기에 가난이 물론 창피하지만 친구들에게는 솔직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가식없는 가치관이 있고, 3년째 같은 운동화를 신어도 불평 한 마디 없이, 오히려 비를 맞으면 정성들여 먼저 닦아 놓는 절약정신과 소박함이 있다.

쌍문동 동네 어른들이 '공부는 못해도 덕선이가 보라(류혜영)보다 훨씬 낫다'라고 하는 것에는 다 이런 이유가 있다. 
덕선은 남자주인공들에게도 이런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엄마가 없는 택(박보검)에게 친구, 누나를 넘어 엄마같은 역할을 하는 덕선을 보여준 것은 중국행 에피소드였다.
대국을 앞두고 있는 택과 함께 중국에 간 덕선은 남들의 우려를 벗고 깨알 같이 택을 건사하는 모습으로 주위와 시청자들을 감동케 했다. 음식 하나에서부터 잠자리, 옷의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는 덕선은 택의 아버지 시선에서는 최고의 며느리 감이다. 택이 몰래 담배를 피는 모습을 목격했을 때는, 평소와는 달리 가만히 이를 덮어주는 센스도 지녔다.
정환(류준열)에게는 매일 야단(?)을 쳐야하는 여동생같지만, 그 모습 안에서도 엄마가 있다. 정환에게 덕선은 아무도 잘 받아주지 않는 아버지 성균의 개그 단짝이고, 남들이 한심하게도 보는 형 정봉(안재홍)과는 케익 한 입에 먹기 게임을 할 만한 좋은 친구다. 자기 가족에게 잘 하는 덕선에게서 남다른 감정을 느끼는 정환의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동룡(이동휘)이가 현재까지 극의 러브라인에서 빠져 있지만, 사실 그 역시 덕선을 좋아한다고 해도 이상할 일은 전혀 아니다. 동룡은 사회생활이 바빠 아들의 생일상을 못 챙겨주고, 심지어 아들이 가출을 했는지도 모르는 야속한 엄마에게 상처받은 인물. 덕선은 이런 엄마 정이 그리운 동룡에게 언제나 옆에 있는 따뜻한 체온의 여성이다.
미란, 선영, 일화. 쌍문동 엄마들의 특징이 덕선에게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즉 잘 먹고 해맑고 정 많고 내조 잘하는 덕선에게는 '응답하라 1988'의 주제를 관통하는 엄마 판타지가 투영되고 있다. 그리고 쌍문동 골목길은 이 같은 덕선의 매력에 들끓고 있는 중이다. / nyc@osen.co.kr
[사진]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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