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훈은 지난달에 발표한 정규 11집을 '다시 쓰는 1집'이라고 소개했다. 1집부터 10집까지를 자신의 음악 인생 시즌1로 두고 11집부턴 초심으로 돌아간 시즌2의 1집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11집은 두 파트로 나뉜다. 파트1에 신승훈 특유의 색깔이 묻어난다면 파트2엔 또 다른 신승훈의 색다른 매력이 담겨 있다. 그야말로 버릴 것 없는 12곡으로 꽉 찬 앨범이다.
지난 10월, 먼저 공개된 파트1의 타이틀곡 '이게 나예요'는 신승훈의 데뷔곡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떠올리게 하는 정통 발라드다. 다만 절규하는 듯한 슬픔이 아닌 잔잔하고 애잔한 느낌이라 듣는 이들의 가슴을 더욱 시리게 만든다.
2번 트랙 '해, 달, 별 그리고 우리'는 배우 김고은과 입을 맞춘 듀엣곡이다. 사랑스러운 매력이 가득해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신승훈이 크게 칭찬한 김고은의 미성을 감상하는 건 보너스다.
'사랑이 숨긴 말들'은 재즈 장르인데 신승훈은 이를 "풀어 내야만 하는 영원한 숙제"라고 설명했다. 신승훈 특유의 창법이 아니라 새로운 느낌이 물씬 풍긴다. 어반 재즈 장르라 이범 앨범에서 트렌디한 노래 중 하나다.
4번 트랙 '아미고'는 신승훈의 콘서트에서 빛을 발하는 곡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날 울리지 마', '엄마야'의 뒤를 이을 '발라드 황제'의 디스코곡이다.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어 중독성을 더했다. 유희열이 만들어 준 저질 댄스가 더해져 분위기 띄우기 곡으로 제격이다.
'would you marry me'는 신승훈이 직접 만든 프러포즈송이다. 가요계 대표 노총각인 그의 간절한 바람(?)이 가득 담긴 것. 덕분에 팬들의 귀가 호강하고 있다. 이 노래를 듣고 꿀렁거리는 여심이 한둘이 아니다.
파트1의 마지막 트랙 'I will'은 팬들을 위한 위로송이다. 신승훈은 "이별과 사랑 노래를 주로 불러 힘들어 하는 팬들을 위로하려고 만들었다"고 팬들을 위한 애정을 내비쳤다.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열린 콘서트에서 신승훈은 말미에 이 곡을 선곡해 듣는 이들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지난달 나온 파트2의 타이틀곡인 '마요'는 멜로 힙합 장르의 감미롭고 달콤한 러브송이다. '대세' 래퍼 빈지노가 피처링을 맡아 공개 전부터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곡. 신승훈 표 '귀요미' 러브송이 참 달달하다.
8번 트랙 '러브 어게인'로는 신승훈의 고운 음색을 200% 느낄 수 있다. 장르는 재즈와 힙합이 섞인 '재지합'. 신승훈이 새롭게 관심을 갖고 있는 음악세계를 엿볼 수 있다.
9번 트랙 '헬로헬로헬로'는 '발라드 황제' 신승훈의 위엄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노래다. 담백하게 시작해 후반으로 갈수록 스케일 넘치는 오케스트레이션 편곡과 코러스들이 더해져 웅장해지는 구성이 익숙한 듯 새롭다.
이어 자리한 '타임 이즈 마인'은 펑키한 리듬 위에 일렉트로닉 요소의 편곡이 가미된 퓨전 장르다. 음악적인 변화에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아 듣는 이들의 공감과 교감을 이끌고 있다.
11번 트랙 '인터스텔라'는 지난 9년간 발표한 석 장의 미니 앨범을 만들며 쌓은 노하우를 집대성한 노래다. 브릿팝 장르의 곡인데 두 사람의 사랑을 우주에 빗대어 시적인 표현을 극대화했다.
11집 전체의 마지막 트랙은 'would you marry me'를 재해석한 곡이다. 파트1에서 피아노 선율이 돋보였다면 파트2에선 좀 더 그루브한 편곡이라 신승훈의 감성이 듣는 이들의 심장에 그대로 와 박힌다.
신승훈과 또 다른 신승훈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알찬 11집이다. 소장가치 200%인 셈. 신승훈이 만들고 부르면 역시 다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 한 바퀴 듣는다면 어느새 감성충만한 상태가 된다. /comet568@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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