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향한 김미숙의 집착이 끝없다. 아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원치 않는 결혼을 허락한 김미숙은 시어머니라는 2차전을 준비 중이다. 누구보다 쿨한 엄마가 되려고 했던 그는 홀로 힘들게 아들을 키운 시간을 보상받으려는 비뚤어진 모정으로 극의 긴장감을 담당한다.
지난 6일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부탁해요, 엄마’ 34회에서는 훈재(이상우 분)와 진애(유진 분)의 결혼을 허락하는 영선(김미숙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영선은 훈재가 다치자 진애를 탓했는데, 그럼에도 진애가 뉴욕 지사에 가지 않고 훈재의 곁에 남겠다고 말하자 이들의 사랑의 깊이를 깨달았다. 이에 영선은 훈재에게 결혼을 허락한다고 말하며 이들의 앞날을 축복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는 영선의 진심이 아니었다. 영선은 훈재가 결혼 승낙에 기뻐하자 “네가 좋으면 엄마도 좋다”고 눈물을 흘렸지만, 며느리가 된 진애를 구속할 생각에 미묘한 표정을 짓는 모습으로 앞으로 펼쳐질 이들의 고부갈등을 예고했다. 영선은 진애를 훈재 곁에서 떨어뜨려 놓으려 유치한 일들을 벌여왔지만, 이제는 한집에서 살며 진애를 못살게 굴 것으로 전망됐다.
영선은 젊은 시절 철웅(송승환 분)이 어머니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고 임신한 자신을 버리자 홀로 힘들게 아들을 키워왔다. 이러한 시간은 아들을 향한 집착으로 발전했고, 아들이 자신보다 진애를 더 좋아하는 모습을 보자 질투심이 생겨난 것. 밖에서는 존경받는 사업가로, 아들에게는 멋진 어머니로 지내던 그의 본모습이 곧 드러날 ‘부탁해요 엄마’는 이들의 갈등이 어떤 식으로 그려질지 궁금증을 유발했다.
김미숙은 지난 2005년 4백만 관객을 동원한 인기 영화 ‘말아톤’(감독 정윤철)에서도 아들에게 집착하는 엄마 연기를 통해 호평을 끌어낸 바 있다. 지적장애를 가진 청년, 초원(조승우 분)이가 마라톤을 통해 사회와 소통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에서 김미숙은 장애가 있는 아들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지나쳐 아들에게 집착하는 엄마의 마음을 세심하게 표현했다. 김미숙은 영화에서 초원이를 세상에 내보내는 듯하지만, 자신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로 만들었고, 나중에는 이를 크게 후회하고 흘리는 눈물로 관객을 함께 울린 바 있다.
김미숙은 이처럼 ‘부탁해요 엄마’에서도 모성애에 집착이라는 장치가 더해진 캐릭터를 섬세하게 연기하며 시청자를 끌어간다. 시청자는 김미숙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그의 행동에 분노하고 또 애잔함을 느끼면서 극에 몰입하는 중이다. 김미숙이 보이는 아들을 향한 사랑이 과연 이번에는 어떤 결말을 맞을지, 김미숙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jykwon@osen.co.kr
[사진] ‘부탁해요 엄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