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신승훈은 '발라드 황제'로 불리지만 그가 한 가지 장르만 고집한 건 전혀 아니다. 그동안 재즈, 힙합, 맘보, 디스코 등 여러 장르에서 다채로운 음악을 선사한 그다. 그래서 그의 콘서트는 믿고 보는 공연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 신승훈은 진정한 '신'이다.
◆"영원한 숙제를 푸는 느낌"…재즈 神
신승훈은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2015 더 신승훈 쇼 I AM 신승훈'을 열고 1만여 팬들을 마주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제게 가장 어려운 장르는 재즈다. 1집 때부터 멋모르고 만들긴 했는데 10년이 지난 이젠 연륜이 쌓였으니 제대로 다시 작업해 봤다"고 말했다.
1996년에 발표한 '아이러브유'와 지난 10월에 낸 '사랑이 숨긴 말들'을 더하니 더할 나위 없이 듣기 좋은 재즈곡이 완성됐다. '러브 어게인', '내 방식대로의 사랑'도 재지한 편곡이 더해져 팬들을 흥겹게 만들었다. 신승훈은 '당신은 사파이어처럼'을 부르며 스윙 댄스를 췄고 팬들은 '엄마야' 단체 율동으로 화답했다. 재지한 신승훈 덕에 팬들은 제대로 어깨춤을 췄다.
◆춤이라 쓰고 율동이라 읽는다…댄스 神
발라더 신승훈이지만 그의 콘서트에선 늘 댄스가 빠지지 않았다. 심지어 가장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를 때가 댄스 타임이기도. 이번 콘서트에서도 신승훈은 신곡 '아미고', '타임 이즈 마인'과 메가 히트곡 '처음 그 느낌처럼'으로 아이돌 콘서트 못지않은 열기를 이끌었다.
특히 관객들의 배꼽을 뺀 건 '아미고' 댄스 영상. 앞서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갔던 신승훈은 유희열에게 '아미고' 댄스를 의뢰했다. 유희열은 즉석에서 춤을 만들어 줬고 이는 다소 변태(?)스러웠다. 이 미방송분을 현장에서 본 팬들은 배를 젖혀가며 웃었다. 덕분에 '아미고' 댄스는 완성돼고 '엄마야', '처음 그 느낌처럼'의 뒤를 이을 신승훈 표 댄스(혹은 율동)가 탄생했다.
◆밉지 않은 자화자찬…입담 神
신승훈은 올해로 데뷔 25주년을 맞았다. 이 내공은 그의 입담에서 오롯이 확인할 수 있었다. 오프닝 때부터 팬들이 연호하는 자신의 이름이 딱딱 맞지 않는다며 핀잔을 준 신승훈은 팬들이 박수를 칠 때마다 "이건 실물이 더 낫다는 뜻이냐", "이건 공연 자주 마련해 달라는 뜻이냐"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현장에 온 일본 팬들과 대화를 나눈 뒤에는 "제가 일본 말을 안 배우니 팬들이 한국 말을 배웠다. 이게 국위선양 아니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바탕 춤을 추고 나선 "제가 춤만 조금 더 잘 췄더라도 댄스곡을 많이 불렀을 거다. 하지만 신은 공평하다. 목소리는 주셨는데 관절은 안 주셨다"며 어설픈 웨이브로 깜짝 팬서비스를 했다.
◆뭐니뭐니해도 그대는 감성 발라더…발라드 神
하지만 '신승훈'하면 역시 '발라드'였다. '그 후로 오랫동안', '미소속에 비친 그대', '오늘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 같은 데뷔 초 발라드곡들은 지금 들어도 전혀 질리지 않았다. 팬들은 신승훈의 지휘에 맞춰 '오랜 이별 뒤에'를 완창했다. 공연장 가득 울려퍼지는 팬들의 합창에 신승훈은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세웠다.
신승훈도 200% 화답했다. 최근 발라드는 감정을 절제하며 부르는 게 트렌드. 신승훈 역시 이번 정규 11집에 담긴 발라드를 이렇게 소화했다. 하지만 이날 공연에서 만큼은 팬들 앞이라 오롯이 자신의 감성으로 절절하게 불렀다. 그래서 신곡 '이게 나예요'는 음원보다 더욱 애절하게 들렸다.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 '가잖아', '아이 빌리브', '헬로헬로헬로'까지 신승훈은 진심을 다해 열창했다. 팬들은 숨죽이고 경청하며 그의 진심을 완벽히 받아들였다. /comet568@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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