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에는 날씨가 이어지다 보니 속을 데워줄 뜨끈한 국물이 당기는 요즘이다. 그러다 보니 극장에서도 냉면 같은 오싹함보다는 뜨끈한 국물 같은 멜로 장르에 손이 가기 시작한다.
안타깝게도 현재 극장에는 속을 따뜻하게 데워줄 멜로가 별로 없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한국 영화가 그렇다. 지난 2012년 ‘건축학개론’(감독 이용주, 누적 관객수 411만 2,233명) 이후 크게 흥행을 거둔 영화가 없었고 올해는 ‘뷰티 인사이드’(감독 백종열, 누적 관객수 205만 2,658명) 정도가 정통 멜로의 명목을 이어줬다.
관객 입장에서 상당히 아쉬운 일이다. 다양한 장르가 인기를 끌고 있고 박수받을 일인 것은 사실이지만, 멜로만은 수요만큼 공급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다. 나아가 이는 안타깝지만 주로 멜로 장르를 통해 영화의 주인공으로 서고 있는 여배우 입장에서도 아쉬운 일이됐다.
최근에는 이런 멜로에 대한 갈증을 재개봉하는 외화들이 겨우 풀어주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5일 재개봉한 ‘이터널 선샤인’(감독 미셸 공드리)은 10년 전 개봉 당시 기록을 뛰어넘는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이 같은 인기를 끈 요인으로는 ‘이터널 선샤인’이 워낙 멜로 장르에서도 명작이기 때문임도 있었지만 장르 자체에 대한 관객들의 갈증도 있었다.
‘이터널 선샤인’이 재개봉 영화의 붐을 일으키면서 ‘렛미인’(감독 토마스 알프레드슨), ‘러브 액츄얼리’(감독 리차드 커티스), ‘그녀에게’(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등이 연이어 재개봉을 확정 지었다. 저마다 제2의 ‘이터널 선샤인’을 노리며 나선 것. 특히 ‘러브 액츄얼리’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노려 오는 17일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벌써부터 예비 관객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이에 한국 영화중에서는 정우성과 김하늘이 첫 연인 호흡을 맞추는 ‘나를 잊지 말아요’가 출사표를 던졌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교통사고 후, 10년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깨어난 석원(정우성 분)과 그 앞에 나타난 비밀스러운 여자 진영(김하늘 분), 지워진 기억보다 소중한 두 사람의 새로운 사랑을 그린 감성멜로. 2016년 1월 7일 개봉을 확정지은 ‘나를 잊지 말아요’가 한국 멜로 영화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besodam@osen.co.kr
[사진] '이터널 선샤인, '러브 액츄얼리', '나를 잊지 말아요', '렛미인' 포스터(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