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 “나의 30대? 조금 더 자유로울 것”[인터뷰]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5.12.07 12: 22

서른 살의 길목에 있는 문근영이 또 한 번의 폭넓은 연기로 호평을 끌어냈다. 문근영은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극본 도현정, 연출 이용석)에서 언니 김혜진(장희진 분)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는 한소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것. ‘마을’은 문근영의 2년만 안방극장 복귀작이라는 점만으로도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특히 문근영은 이 작품에서 내레이터 역할로 분해 힘을 뺀 연기로 극의 긴 호흡을 담당했다. 
문근영은 자신의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가 아닌, 작품 전체를 빛내기 위한 남다른 노력과 애정으로, 결국 후반부 마을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윤이란 인물에 당위성을 부여했다. 문근영은 ‘마을’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문근영은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내레이터 역할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처음부터 그 캐릭터에 대한 인지가 있었다. 아쉽거나 속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보시는 분들이 기대치가 있으셨나보다. 기대를 하는 분들 앞에서 내가 밋밋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했다. 기대해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고맙지만 기대하지 말라고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어떤 분이 ‘15부까지는 문근영이 왜 이 드라마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뭔가 묻히는 거 같았다. 뭘 얻으려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16부가 끝나고 나서 긴 호흡을 연기했던 거라는 걸 알았다’라고 쓴 글을 봤다. 그 글을 보고 ‘맞아요’라고 이야기 하고 싶었다. 1회부터 16회까지 긴 호흡으로 연기했는데, 알아봐주셔서 감사하고 좋았다. 영화였으면 납득하기 쉬웠을 거다. 드라마는 60분씩 한 회 한 회 보는데, 뭔가 있는데 왜 안 나오지, 라고 생각을 하셨을 거다. 16부까지 다 보고 한 호흡이 있었다고 봐주신 것 같다. 나도 그 호흡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또한 문근영은 시청자 유입이 쉽지 않았던 추리극 ‘마을’에 대해 “지금껏 연기를 해오면서 한 번도 시청률이나 관객 수에 크게 중요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런데 이 대본은 특히나 더 내가 봐도 시청률이 잘 나올 드라마가 아니었다. 복잡하게 꼬아져 있었다. 1부부터 16부까지 다 봐야 떡밥이 회수가 되는데, 모두가 재밌어 할 것 같지 않았다. 시청률이 잘 나올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이렇게 잘 찍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을텐데라는 아쉬움은 있다. 자부심 있었다”는 생각을 밝혔다. 
문근영은 극 중 알면 알수록 무섭고 섬뜩한 마을 안에서 느끼는 아픔과 혼란, 공포, 불안 등 복잡한 감정 손끝, 표정, 눈빛에 모두 담아내 현실감을 더해 ‘문테일’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문근영은 소윤 캐릭터에 대해 “속상했던 점도 있지만, 16부 안에서 위안이 됐다. 그동안 소윤이가 비밀을 헤치고 누군가를 만나는 과정 중에서 어떤 캐릭터의 감정선과 개연성이 친절하지 않았다. 그런 부분의 간극을 메꾸는 고민이 많았다. 납득이 안 될 때도 있었다. 그런데 16부 대본을 보고 나니, 앞서 고민했던 것들이 되새김 되면서 모두 이해됐다”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극의 엔딩에 대해서도 “물론 더 좋은 엔딩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정도면 충분히 마무리 됐다고 생각한다. 마음에 많이 남는다. 떡밥이 잘 회수됐다. 잘 마무리됐다”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문근영은 원조 ‘국민 여동생’. 그는 국민여동생 이미지에 대해 “예전에는 부담이 있었다. 싫기도 했었다. 지키고 싶은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국민’이라는 단어가 붙을 수 있다는 게 어마어마한 거였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그동안 ‘국민여동생’으로 살았을 때는 몰랐다. 이제 여동생이라는 수식어는 아쉽지는 않은데, 국민이라는 수식어는 아쉽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그는 서른살을 앞두고 많은 고민을 해왔다고. “많은 일들이 생기면서, 여유가 생긴 건 아니지만 확실히 이전에는 지키려는 게 많았다면 지금은 많이 놓아지기도 한다. 품으려고 하는 폭도 넓어진 것 같다. 이제는 이래도 괜찮고, 저래도 괜찮다. 한 번 사춘기, 오춘기가 깊게 왔다. 작년, 재작년이다. ‘불의 여신 정이’가 끝나고 ‘사도’를 할 때쯤이다. 방황하던 시기에 ‘사도’를 밀어붙여 하게 됐다. 하는 와중에도 ‘내가 잘 선택했나’라는 고민이 많았다. 끝나고 나서는 헛헛함이 있었다. 송강호, 전혜진 선배님, 이준익 감독님과 술자리가 많았는데 들었던 이야기가 많다. 정리하고 생각하고 고민한 시간들이 작년이다. ‘사도’가 개봉하고 많은 부분이 정리가 됐다. 나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생겼다.”
문근영은 빛나는 30대를 위해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조연 역할을 하면 ‘한 물 갔나?’라고 말하는 주변 시선이 신경 쓰였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한 물 갔으면 어때. 나는 이제 서른인데. 라는 생각을 한다. 나의 서른 살은 조금 더 자유로울 것 같다. 나와 내 삶이 자유로울 것 같다. 내가 하는 연기, 내가 맡게 될 역할도 자유로울 것 같다. 그러기 위해 노력하겠다. 가장 화려했어야 할 20대 때는 연예인, 배우, 여자로서 움츠려 살았던 것 같다.” /jykwon@osen.co.kr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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