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 전국환을 통해 고려시대 최영 장군을 만났다. 드라마가 전개되는 60분 동안 전국환은 단순히 최영을 연기한다기보다 배역 그 자체가 되는 메소드 연기를 펼쳐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사실 그는 욕심 많은 그룹 회장을 연기하든, 왕 영조를 연기하든, 심지어 우리네 아버지를 연기하든 늘 그 역할에 빠져 인물과 하나가 된다.
정형화된 연기가 아니라 그 자체가 되는 것을 지향하는 것인데, 이번 '육룡이 나르샤'에서도 불패의 무장으로서 전장에서 공을 세운 최영 장군에 푹 빠진 모습이다. 캐릭터 설명에는 '조연'이라고 적혀있지만 '하드캐리'로서 다른 배역에 뒤쳐지지 않고 전체를 이끌고 나가려는 에너지가 가득하다.
지난 7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19회에서 요동 정벌을 계획하는 최영 장군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의 활약에 시선을 놓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날 최영과 이성계(천호진 분)가 등을 돌렸다. 이성계는 정도전(김명민 분), 최영은 이인겸(최종원 분)과 한 길을 걷게 된 것인데 도당 3인방을 물리치기 위해 합심하던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된 셈이다.
최영은 초영(윤손하 분)의 화사단을 비밀 장소로 활용했고, 이튿날 이인겸을 고향으로 유배보내 근신토록 했다. 고향으로 간 것도 모자라 재산 몰수도 없었기에 중신들의 반발을 샀다. 그는 "그것이 전하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이성계는 "도당에서 다시 논의하여 전하께 상주문을 올리도록 하자"고 제안했고, 최영은 전하의 뜻에 도전하거나 거역하는 자들을 법으로 엄벌할 것이라고 불같이 화를 냈다. 왕권 강화를 위한 조치였다.
최영의 행보에 의문을 품은 정도전은 '압록강'과 '초이레' 등을 고려해 최영이 압록강을 넘어 요동정벌을 하겠다는 뜻을 파악했다. 요동 정벌은 명나라가 철령위를 설치하려는 것에 반발해 고려가 요동을 치기 위해 일으킨 전쟁이다. 그러나 이는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으로 이어져 고려를 멸망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향후 이성계가 최영과 우왕에 맞서 요동정벌을 반대하고 압록강의 위화도에서 회군한 뒤, 새 나라 조선을 세우고 권력을 장악하는 모습이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역사가 스포일러지만, '육룡이 나르샤'를 보는 재미는 배우들의 열연 덕분이다. 누구 하나 소위 '발연기'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연기 호흡을 과시한다. 작가와 PD, 배우까지 3박자가 맞아 떨어진 것. 이날 방송은 특히 전국환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우에게 좋은 목소리는 생명과도 같은데 그는 개성 있는 목소리에 정확한 발음과 발성, 섬세한 감정 연기로 한 인물을 오롯이 표현해낸다. 자신이 맡은 역할만 분석해서도 안 되고 작품 속에서 전체 배역들의 분석이 중요한 전국환은 이성계 역의 천호진, 정도전 역의 김명민, 이인겸 역의 최종원과 조화를 이루며 메소드 연기를 펼친다. 이것이 42년차 배우의 위엄이다.
한편 '육룡이 나르샤'는 거악(巨惡)에 대항하여 고려를 끝장내기 위해 몸을 일으킨 여섯 인물의 이야기이며 그들의 화끈한 성공스토리를 그린다./ purplish@osen.co.kr
[사진]'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