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선생님은 학생의 시험만 대비하지만 위대한 선생님은 학생의 삶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선생님은 한 학생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커다란 존재다. 그 힘이 가진 무게와 중요성을 알면 알수록 선생님의 어깨는 무거워지고, 학생들을 대할 때 책임감이 가중되기 마련이다. 지난 7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에는 그러한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학원 원장님이 출연했다.
하지만 바로 이 학원 원장님이 고민의 원인 제공자였다. 그는 온갖 이유로 학생을 내쫓고 있었고, 자꾸만 줄어드는 학생 수에 학원 강사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원장이 학생을 내쫓는 이유는 다양했다. 한창 수업이 진행 중인 교실에 들어 와 연필을 들고 있지 않는 학생을 향해 가방을 싸서 나가라고 하는 것부터 시작해 다리를 꼬고 있는 것도 가만히 두고 보지 못했다. 또한 학원 등록을 위해 상담을 하러 온 학생의 첫인상을 보고 원장은 학원을 제대로 다닐 수 있을지 없을지를 판단했고, 10명 정도 상담을 하면 절반은 쫓아내고 있었다. 게다가 9년 동안 원장이 내보낸 학생들의 수를 합치면 100명은 족히 된다고 전해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에 원장은 소신을 밝혔다. 그는 학원에 억지로 끌려 온 티가 역력하거나 첫 대면부터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학생들을 억지로 앉혀놓고 수업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한 장래희망을 물었을 때 밥줄이 안 끊기는 공무원이라고 답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왜 공부를 시켜야 하나 회의감까지 느낀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원장의 과격한 지도 방식이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독설을 날리고 소리를 지르는 그의 모습에 아이들은 겁을 먹었고,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금세 학원을 그만두는 탓에 학생 수는 줄어만 갔다. 원장실에 불려가기만 하면 학생들은 누구든 눈물을 쏙 빼고 나왔고, 이런 학생들을 관리해야 하는 선생님은 사정을 알 수 없어 답답해했다. 뿐만 아니라 원장은 학원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무에 관해서는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고, 이에 재무를 담당하는 직원 역시 괴로움을 토로했다.
이렇듯 늘 학생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존재인 원장이지만 그의 소신은 방황하는 아이들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수업 도중 편지 한 장만을 남기고 산으로 간 학생을 산 정상까지 쫓아간 원장은 아이를 데리고 내려와 호되게 혼을 냈고, 이 일로 인해 문제의 학생은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누구보다도 마음속에 공허함을 지니고 있는 아이들이 자신을 잡아달라는 메시지를 눈치 채곤 한다는 원장은 그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학생들을 지켜내고 있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학원에서 원장이 학생을 많이 유치시키는 것을 방해하는 건 여전히 고민거리였다. 게다가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이 좋아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택하고 더 많은 학생들을 보고 싶다는 고민 주인공의 말에 원장은 “미안하지만 변할 생각이 없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학원을 제대로 운영해야 하는 사업자라기 보단 교육자로서의 역할이 훨씬 더 맞아 보이는 그의 모습에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런 선생님의 존재는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했다. 학교에서는 학생이 선생님을 폭행했다는 뉴스가 들려오고, 길거리에서 저지르는 잘못된 행동을 보고 지적하는 어른들에게 대드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원장은 일부 어른들이 행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 줘야 할 임무를 도맡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여전히 이런 선생님, 그리고 어른이 있다는 사실이 안도감을 느끼게 했다. 물론 약간의 소통과 태도 변화가 필요해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한편 이날 ‘안녕하세요’에는 개그맨 정성호, 나인뮤지스의 경리와 이유애린, 방송인 오현민이 함께했다. / nim0821@osen.co.kr
[사진] ‘안녕하세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