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강희의 모성애 연기가 안방극장을 울렸다. 하나뿐인 딸의 사고 소식에 절규하는 모습부터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자식을 바라보며 반쯤 넋이 나가 현실을 부정하는 모습, 악화된 상황을 전하는 의사들 앞에서 울분을 토하는 모습 등 그의 연기는 절절한 모정을 그려내며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지난 7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에서는 비밀문서를 발견하고 이를 숨기려다 일주(차예련 분)에게 들켜 도망치던 중 사고를 당한 미래(갈소원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미래는 급하게 병원으로 옮겨진 후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반 혼수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은수(최강희 분)는 넋을 잃은 채 실의에 빠졌고, 이는 곧 자책으로 이어졌다. 누워 있는 미래를 바라보며 은수는 그동안 사는 것이 바빠 자식이 커가는 것도 지켜보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 이어 그는 급하게 병원을 나섰다. 바뀌지 않은 신호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길을 건너는 은수를 구한 형우(주상욱 분)가 그를 다그치자 은수는 “우리 미래 곧 깨어날 텐데 내가 왜 죽어”라고 소리치며 미래의 상태를 인정하려 들지 않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할 미래를 위한 선물을 구입했다.
병원으로 돌아온 은수는 당장 미래에게 줄 선물을 들고 향했다. 형우가 이를 막아섰지만 은수는 “지금이어야 돼. 지금이어야 된다고. 그날도 내가 미래한테 빨리 갔더라면 미래 저렇게 안됐단 말이야”라며 사고의 자기 탓으로 돌렸고, 그런 은수를 형우는 더 이상 막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미래의 상황은 악화됐다. 반 혼수상태에서 뇌사판정 직전까지 가게 된 소식을 전하는 의사를 향해 은수는 “닥쳐요. 내 아이 내가 알아요. 아직 숨도 쉬고 손발도 따뜻하다고요. 곧 일어나서 엄마라고 부를 거예요. 당신들 아이 살려내요. 그게 의사가 할 일이잖아”라고 울부짖었다.
또한 미래가 사고를 당한 후 은수는 입에 물 한 방울도 대지 못하고 곁을 지켰다. 이런 그가 안쓰러운 형우는 먹을 것을 사들고 와 먹이려 했다. 하지만 은수는 형우와의 행복한 시간에 취해 아이를 돌보지 못한 스스로를 여전히 용서하지 못했고, 급기야는 형우에게 이별을 고하고 말았다. 반송장처럼 살아가는 은수가 걱정되기는 강자(김미경 분)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그가 이대로 가다간 미래의 옆에 있어도 있을 수 없다는 얘기를 꺼내자 은수의 눈빛은 달라졌다. 자책을 거듭하며 망연자실 해 있던 그는 찬밥을 우겨넣으며 “우리 미래 낯선 곳에서 무서울 텐데 미래 옆에 있어줘야 돼. 나 쓰러지면 절대 안 돼”라고 중얼거렸고, 자식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고된 일이라도 불사할 강한 엄마의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은수는 일주의 행동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일주는 미래를 쫓으며 결혼반지가 없어졌다고 누명을 씌웠지만 집에서 병원으로 옮겨지는 동안 반지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주가 병원에 다녀간 뒤 미래의 옷에선 결혼반지가 나왔고, 이를 수상하게 생각한 은수는 그가 병실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또한 미래가 병원으로 실려 가는 동안 필사적으로 남긴 “노란 무궁화”라는 말을 떠올린 은수는 그것이 비자금 문서라는 사실과 어린 시절부터 자신과 형우 사이를 질투했던 일주가 자신의 가방 속에 문서를 넣었던 인물임을 깨달았다. 사건의 전말과 일주의 만행을 알게 된 은수는 “우리 미래가 그 문서를 봐서 죽이려고 한 거니”라는 혼잣말로 분노를 드러냈다.
이렇게 이날 최강희는 병상에 누운 자식을 향한 애절한 감정을 섬세한 표정 연기와 눈빛으로 소화해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의 모습에선 찢어질 듯한 가슴과 자책, 죄책감, 원망 등이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진실을 알게 된 후 일주를 떠올리며 짓는 서늘한 표정의 그에게선 지금껏 보지 못했던 한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은수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도 죄책감 하나 없는 뻔뻔한 얼굴로 모든 걸 숨겨 온 일주. 이런 그에게 복수할 은수의 모습에 기대가 모아진다.
한편 '화려한 유혹'은 범접할 수 없는 상위 1% 상류사회에 본의 아니게 진입한 여자가 일으키는 파장을 다룬 드라마다.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 방송. / nim0821@osen.co.kr
[사진] '화려한 유혹'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