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형 박준형의 리더십과 막내 김태우의 추진력으로 멤버들이 온갖 오해를 풀고 다시 god가 뭉칠 수 있었다.
지난 1999년 데뷔해 전성기를 누리다 2005년 7집 이후 활동을 접은 god는 지난해 다시 앨범을 발매하며 9년 만에 완전체로 돌아왔다. 그 해 연말 콘서트도 열긴 했지만 5명이 다같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것은 정확히 12년 만이다.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만했다.
지난 7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 '힐링캠프'에는 완전체 god가 출연했다. 등장부터 객석의 열띤 환호를 이끌어내며 기대를 끌어올렸다.
god는 이날 오프닝에서 '길'을 노래했다. 윤계상이 긴장한 탓에 가사 실수를 했고 "제가 또 틀렸다. 제가 또 듣는 입장이 됐다. 자꾸 까먹는다"고 자책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그는 "제가 너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며 재차 사과했다. 김제동은 그에게 다시 노래할 수 있는 기회를 줬고, 그가 다시 불러 호응을 받았다.
이날 데니가 먼저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제가 혼자 활동을 하게 되면서 god가 늘 그리웠다. 저희가 한창 활동할 때 밴 안은 항상 왁자지껄이었다"며 "어느 날 혼자 일을 하고 가는데 차 안이 너무 조용했다. 매니저는 운전하고, 스타일리스트는 자고 있었다. 좀 시끄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god에 대한 그리움을 밝혔다. 나머지 네 멤버의 얼굴에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그러면서 다시 무대에 함께 서는 것에 고맙다고 표현했다. "오늘은 대기실에서 엄청 시끄러웠다. 막내 손호영과 김태우가 고집이 세서 엄청 싸우는데, 저는 그게 좋다"고 배시시 웃으며 애정을 드러냈다.
솔직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맏형 박준형의 고백도 이어졌다. 그는 활동을 접고 미국에 있을 당시, 허리 디스크로 우울증을 앓았지만 god 재결합을 바라보며 이겨낼 수 있었다고 했다. "사실 저는 나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노래, 춤, 랩에 대한 자신감이 아니라 어디가서도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며 "남자들이 50대에 우울증이 걸린다고 하는데 나한테 일찍 왔구나느꼈다. 동생들의 활동을 지켜보면서 가서 이런 저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 동생들을 TV로 지켜볼수록 저는 더 우울증에 빠졌다. 의사가 안 된다고 했음에도 진짜 열심히 했다. 집에서 문을 닫고 울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전역한 태우에게 전화해서 '우리 god 다시 하자. 지금 허리가 안 좋긴한데 다시 하자'고 했다. god가 나의 목표를 만들어줬다. 여기서 주저앉으면 박준형은 그냥 끝이라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복귀를 위해 열심히 재활 치료에 매진했다고 했다. 데뷔곡 '어머님께'를 놓고는 "이 노랠 들으면 두 가지 생각이 난다. 먼저 제 어머니 생각이 나고 우리 god 데뷔 초창기 때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박준형은 "그동안 우리가 제일 많이 연습한 곡이다. 어디가서 실수 없이 잘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신인 시절을 추억하는 그 때 그 시절의 댄스를 선보여 객석의 호응을 얻어냈다. 큰 형의 리더십 덕분에 god가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연기를 하기 위해 god에서 탈퇴했냐는 오해를 받아온 윤계상의 고백이 이어졌다. 그동안 들을 수 없었기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제가 연기를 하려고 god를 그만둔 거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오해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용기를 내 2012년 출연했던 요리 예능 '원테이블'에 멤버들을 불러모았다. 고맙게도 준형이 형이 미국에서 한걸음에 와줬다. 그 날 제가 진짜 많이 울었고 눈 녹듯 모든 게 풀렸다"고 말했다.
이어 윤계상은 "사실 연기는 우연스럽게 하게 됐고, 하다보니 좋아진 것이다. god를 해체하면서까지 (연기를)할 생각은 없었다. 서로가 형제 같은 사람들이니까 내가 그런 뜻이 아니였다는 것을 분명히 알 것이라고 생각한 게 잘못된 생각이었다. 사실 가족, 형제, 부모 사이에도 말을 안하면 모른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 날 이후 god를 하는데 또 4년이라는 시간이 들더라. 작년에 '미운오리새끼'가 나왔는데 다시 모이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잘 모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윤계상은 또 김태우의 이해심이 고마웠다고 표현했다. 자세한 이유를 묻거나 따지지도 않고, 자신을 묵묵히 기다려준 동생에게 큰 고마움을 느꼈다는 것이다. 김태우는 god가 다시 앨범을 발매하기 위해 각각 네 사람의 소속사 대표를 만나 설득했다고 했다. 어려움에 부딪혀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표현했다. 귀엽기만하던 막내가 추진력을 발휘한 셈이다.
god가 시간이 지나도 사랑을 받는 이유는 유행을 타지 않고,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장르의 음악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싫증을 내지 않고 열광한다. 그만큼 다양한 세대로부터 공감을 얻을 만큼 호감가는 이미지로 스펙트럼이 넓다는 뜻이다. 이들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관계를 유지하며 가수로 남아주길 기대해본다.
한편 '힐링캠프'는 지친 마음을 힐링시켜 줄 신개념 토크쇼를 지향한다. 매주 월요일 오후 11시 15분 방송./ purplish@osen.co.kr
[사진]'힐링캠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