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미소가 이토록 싱그러웠던가. 스무 살의 끝자락을 즐기고 있는 배우 이열음(20)은 다소 차가워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시종일관 웃는 모습으로 여느 또래들과 다르지 않음 상큼 발랄함을 뽐냈다.
JTBC 드라마 ‘더 이상은 못 참아’에서 당돌한 여고생 박은미 역을 맡아 데뷔한 이열음은 KBS 2TV ‘드라마 스페셜-중학생 A양’부터 tvN ‘고교세처왕’, KBS 1TV ‘가족을 지켜라’ 등의 굵직한 작품들을 만나 존재감을 드러냈다. 작은 역할로도 왠지 모르게 시선을 잡아끌었던 그의 잠재력이 빛을 발한 작품은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다.
그가 맡은 가영이라는 캐릭터는 짧은 교복치마를 입고 수업은 땡땡이 치고, 밤에는 진한 화장을 한 채 읍내 클럽에 가는 것으로도 모자라, 같은 학교 미술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다소 파격적인 인물이다. 그리고 이열음은 이를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소화해내며 영리하게 자신을 어필하는데 성공했다.
OSEN과 직접 만난 이열음은 시크했던 가영 캐릭터와는 정반대의 시종일관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야무지고 당차게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사실은 가영이가 인물이 누구냐에 따라 성격이 달랐어요. 초반에는 캐릭터의 성격이라거나 감정 상태가 저와 비슷하게 연결이 돼야 하는데 가영이가 이랬다 저랬다 즉흥적이라 적응이 안 됐었죠. 유나(안서현 분) 앞에서 했던 말투랑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게 나와서 혼란스러웠는데 감독님이 그게 가영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더 확 할 수 있어서 재밌었어요. 가영이가 워낙 강렬하고 임팩트 있는 캐릭터라 저 스스로가 과감해지는 거 같았거든요.”
그동안의 역할 때문일까. 이열음이란 배우에 대해 새침하고 도도할 것이라는 편견 아닌 편견이 있었는데, 실제로 만나본 이열음은 또래 소녀들처럼 수줍으면서도 당찬 면모를 고루 갖춘 매력적인 성격이었다.
“‘고교처세왕’의 유아는 발랄한 새침데기였고, ‘중학생 A양’에서는 시크한 성격이었어요. 작품을 할 때마다 새침데기 같은 역할이 많아서 진짜 새침 떼기가 되는 것 같았는데 상황이 캐릭터마다 다르니까 성격대로 패턴이 바뀌는 것 같기도 하고, 스스로 까탈스러워지는 감도 없잖아 있는 것 같아서 재밌는 것 같아요. 이번 ‘마을’에서는 어두운 아이여서 중간에는 조금 뭔가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 같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그전엔 워낙 밝았기 때문에 괜찮아요.”
가영은 ‘마을’ 속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미술 선생님에게 접근하는 친구를 계단에서 밀어버리고, 그 미술선생님을 성추행 범으로 신고하는 등 파격적인 행동으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는데, 마지막까지 평범하지 않았다. 예상치 못하게 죽음을 맞이한 것.
“사실은 이번 작품은 감독님과 작가님이 배우들에게 범인이 누군지 안 알려주시고 촬영을 진행하셨어요. 배우들도 되게 재밌었던 게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혜진(장희진 분)이 가영이가 병이 있는 걸 모르고 촬영해서 추리하면서 확 몰입해야 하니까 재밌었어요. 가영의 죽음에 대해서는 대본이 나오기 일주일 전에 가영이한테 반점이 질병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이것 때문에 혜진과 관련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죠.”
무엇보다 가영 캐릭터가 파격적이었던 것은 미술 선생님이자, 이복 남매였던 건우(박은석 분)에 대한 짝사랑 때문이었다. 자신을 내치는 건우에 집착했고, 결국에는 그를 성추행범으로 신고까지 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실제로는 그렇게까지 저를 싫어하는 사람한테 다가가는 성격이 아니에요. ‘고교처세왕’ 때도 비슷했어요. 민석(서인국 분)이 싫다고 하는데 너무 찾아가니까 스스로도 지쳤죠. 촬영팀에서도 그만 찾아가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원래라면 사귀는 사람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렇게까지는 안 하는 성격이에요.
이열음은 SBS ‘이혼변호사는 연애중’에서의 제외하고 줄곧 여고생 역을 맡아왔다. 어린 나이에 비해 연기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드러낸 바 있는 그였기에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에 대한 욕심도 남달랐다.
“앞으로는 제발 사랑받는 대학생 역을 하고 싶어요. 여대생이요. 나이게 맞게 차근차근 했으면 좋겠어요. 장르적으로는 로맨틱코미디요. 웃고 발랄한 역할. ‘고교처세왕’을 할 때는 무게감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제는 밝고 사랑 받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웃음).”
그렇지 않아도 그는 파릇파릇한 새내기다. 그것도 청순하면서도 도도한 이미지와 딱 어울리는 여대상. 과연 스무 살 여배우 이열음은 대학 생활을 즐기고 있을까.
“계속 네 작품을 겹치게 하고 있어서 시험 보거나, 발표회 있는 게 아니면 학교에 못가고 친구들이랑 연락만 하고 있어요.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면 촬영 일정이 생겨서 동기들한테도 미안했죠. 중간에 강의가 있어도 친구들끼리 다 같이 술 한 잔 한다거나 하는 것들이 즉흥적인 것들이 보기 좋더라고요. 저도 대학교 생활을 하고 싶어요. 같이 못하는 것도 미안하고 아쉽죠.”
보통 배우들의 앞에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기 마련이다. 가령 ‘믿고 보는’, ‘천만 배우’, ‘대세 배우’와 같은. 이에 이열음은 본인의 이름 앞에 붙었으면 하는 수식어를 직접 골랐다.
“존재감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드라마 장르가 되게 다양하잖아요. 그런데 캐릭터마다 성격도 다르고 상황도 다른데 어떤 상황에서든, 캐릭터에서든, 비중이 어떻든 간에 저만의 매력을 보여주는 연기를 해야 하니까 매력을 보였다는 자체가 존재감 있다는 거죠. 저만의 색깔이 잘 보일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열정도 꿈도 많은 스무 살 배우 이열음은 대중들을 향해 마지막 메시지를 전했다. “이제 스무살이니까 앞으로도 다양한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할게요. 나이대가 이제 성장하고 저도 같이 성장을 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이열음의 성장기라고 보시면서 지켜봐주세요.” / jsy901104@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