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세경은 ‘육룡이 나르샤’에서 조선 건국의 기틀을 세우는 여섯 용 중에 하나다. 그는 중심축 중에 유일한 여성 인물인 분이를 연기하고 있다. 분이는 이 드라마가 앞으로 조선 건국 과정에서 벌어질 가치관의 충돌을 깔아주는 복선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더불어 신세경은 중심 인물들의 갈등과 소용돌이를 위한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중이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는 이방원(유아인 분)을 중심으로 정도전(김명민 분), 이성계(천호진 분), 분이, 이방지(변요한 분), 무휼(윤균상 분)이 고려를 전복하고 조선이라는 새 나라를 세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현재 6명의 용들은 고려의 썩은 개악들을 하나하나 척결하고 있는 와중에, 점진적인 개혁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이성계가 요동정벌을 위해 군대를 일으켰다가 다시 돌아오는 위화도회군이 예고되며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조선을 세우기 위한 주춧돌을 하나하나 쌓고 있는 중에 제작진은 향후 이방원과 정도전, 그리고 분이가 어제의 동지가 적이 되는 대립각을 예고하고 있다. 고려를 끝장내자는 큰 목표는 같지만 정도전과 분이, 그리고 이방원의 신분과 가치관의 차이는 명백히 다르기 때문. 모든 권력은 왕에게 있다고 생각하며 강력한 왕권 확립을 목표로 삼을 이방원, 신권 정치를 꿈꾸는 정도전, 모든 권력은 백성으로부터 나온다고 백성을 위한 나라를 원하는 분이는 결국 대립이라는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갈등은 현재 고려 멸망이라는 공통적인 목표 하에 수면 위에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분이와 이방원의 대화를 통해 복선으로 그려지고 있다. 백성의 중심으로 커가는 분이, 그런 분이를 불안하게 여기기 시작한 이방원, 그럼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고 있는 분이는 시청자들에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다.
이 드라마는 사랑과 성공이라는 안방극장이 흥미롭게 여기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듯 보이나, 그 속에는 현재 우리의 정치를 빗댈 수 있는 흐름이 존재한다. 이 드라마가 건드리는 정치 갈등을 보며 현실을 개탄하고 우리의 미래를 예측하게 되는 것. 표면적으로 보이는 사랑과 개국이라는 성공 이야기보다 숨은 진짜 이야기를 책임지는 분이 역의 신세경의 연기가 더욱 주목이 갈 수밖에 없다.
신세경은 이 드라마에서 사극 여주인공이 민폐가 되는 일련의 사례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지난 해 영화 ‘타짜’와 드라마 ‘아이언맨’을 거치며, 그동안의 신비롭고 가련형의 여성 인물 외에 주도적이고 밝은 성격의 인물까지 섭렵하게 된 신세경은 ‘육룡이 나르샤’에서 응원을 하고 싶은 분이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분이의 대사 하나 하나에 숨은 의미를 찾게 되는 묘미를 선사하는 것은 신세경이 그만큼 강렬한 연기를 하고 있다는 뜻. 읊조리면서 세상을 바꿀 의지를 드러내는 분이에게 열광하는 것은 배우의 연기력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유아인과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로맨스 뿐만 아니라, 제작진이 전하고자 하는 숨은 의도를 시청자들에게 훌륭히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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