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호'는 곧 최민식이었다.
최민식은 8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대호'(박훈정 감독)의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왜 꼭 '대호'여야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단순한 항일 영화가 아니다. 불운한 시대를 배경으로 했기에 단순한 항일영화였다면 이 작품을 안 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작품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분이 보시듯 그 시절, 그 사람들이 산을 어떻게 대하고 하는 것. 자연에 대한 태도, 그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었다"며 "대호는 시름에 젖은 불온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안의 대상, 어떤 종교적인 것이다. 자연에 대한 생각, 가치관, 이런 것들이 요즘 시대에 자세하게 필요한 이야기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작품의 가치관이 좋아 선택하게 됐다고 알렸다.
'대호'는 일제강점기, 더 이상 총을 들지 않으려는 조선 최고의 명포수 천만덕(최민식 분)과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최민식은 젊은 시절 조선 최고의 명포수로 이름을 떨친 늙은 사냥꾼 천만덕 역을 맡았다. 또 정만식이 일본 고관 마에조노의 명으로 대호 사냥에 앞장 선 조선포수대의 리더인 도포수 구경 역을, 김상호가 과거 만덕, 구경과 함게 포수 생활을 했던 조선 포수대의 일원 칠구 역을 맡았다.
박훈정 감독은 최민식을 주연배우로 캐스팅 한 것에 대해 "처음에 시나리오를 쓸 때도 그 때는 내가 연출할 생각없이 썼지만, 쓰면서도 생각한 게 그거였다. 대한민국에서 천만덕 역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누구인가? 사실 그렇게 없다"며 "이게 제작이 바로 안 되고 몇 년 돌고 돌아서 나에게 다시 왔을 때 나 뿐 아니라 제작사, 투자배급사도 그렇고, 이 역할을 떠올렸을 때 최민식이라는 배우밖에 없었다. 답은 그것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감독의 말처럼 최민식은 조선시대의 마지막 호랑이 대호를 잡아야 하는 사냥꾼으로 영화 전반을 흔들림없이 이끌어간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비참한 운명을 맞게 된 천만덕(최민식 분)과 그에게 동병상련을 느끼는 대호의 종을 뛰어넘은 교감이다. 최민식은 비록 보이지 않는 대호와 연기를 하느라 사투를 벌였다고 푸념했지나, 영화 속에서는 어색함을 느낄 수 없다. 도리어 CG라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기술력과 그에 못지 않은 연기력이 조화를 이루며 묵직한 드라마를 만들어 냈다.
이날 최민식은 상영 직후 "장시간 보시느라 수고 많으셨다. 오늘 그런데 주연 배우가 안 나왔다. 소속사가 어딥니까?"라고 농담을 던졌다. CG로 탄생한 호랑이이에 대해 언급한 것. 그는 "좀 아쉽다. 주연 배우가 안 나와서. 최선을 다했다.주어진 여건 속에서 이제는 여러분의 몫이다. 감사하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대호'가 주인공이라며 너스레를 떨어도, 결국 주인공은 최민식이었다. 존재하지 않은 상대배우와도 교감을 만들어 낸 '대배우'의 열연을 칭찬할만하다.
한편 '대호'는 오는 16일 개봉한다. /eujenej@osen.co.kr
[사진] 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