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천호진이 위화도회군의 극적인 순간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을 전율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왕이 될 그릇이 아니라며, 끝내 고려 전복을 거부하던 이성계의 심경의 변화를 뭉클하게 그리며 안방극장을 짜릿하게 한 것. 역시 연기에 대해서 두말 할 일 없는 배우 천호진이다.
천호진은 현재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이성계를 연기하는 중. 이 드라마는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유아인 분)을 중심으로 조선 건국을 그리는데, 이성계는 그동안의 사극에서 조선 건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과 달리 180도 다른 인물로 표현되고 있다. 충정이 깊고 배신을 모르는 인물이자 백성에 대한 자애심이 깊지만 그보다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책임감이 높은 아버지인 것.
때문에 도탄에 빠진 고려를 멸망시키고 새 나라를 세우자는 정도전(김명민 분)과 이방원의 이야기를 듣고도 백성들 모두 반대하는 요동정벌을 선택하는 다소 고지식한 인물로 그려졌다. 다만 그의 마음 속에는 언제나 고통을 받는 백성들의 한맺힌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이성계는 지난 8일 방송된 20회에서 장정들의 억울하고 무의미한 죽음에 결국 회군을 선택하는 반역을 저질렀다. 왕으로서 많은 백성을 품을 수 없다고 주저하던 이성계의 마음을 흔든 것은 역시나 정도전과 이방원의 강한 설득, 그리고 전장에서 시름하는 병사들의 고통이었다.
승산이 없는 전쟁에서 진군을 압박하는 고려왕과 최영(전국환 분), 회군을 하면 가족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결국 수많은 백성들의 안녕을 택한 진짜 지도자의 모습이었다. 먼 길을 돌아왔기에 더욱 감동적이고, 이성계가 고민하는 새 나라의 감동적인 이상향이 담겨 있었던 위화도회군 결정의 순간은 20회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그가 절망에 빠져 있는 병사들과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나 이성계는 압록강을 건너지 않을 것이다”를 외치는 모습은 큰 전율을 안겼다.
동시에 이성계를 연기하는 천호진의 내적 고민과 굳은 결심이 응집하는 찰나의 연기가 많은 이들을 감탄하게 했다. 천호진은 그동안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로 표현됐던 이성계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며 색다르게 해석했다. 자애로운 아버지이자, 단 한 번의 위선적인 선택으로 인해 평생의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장군의 고뇌를 시청자들에게 완벽히 전달했다. 무장의 위엄과 인간적인 약점을 동시에 표현하며 긴박감 있는 반전의 ‘엔딩’을 여러차례 만들었다.
드라마는 인물의 감정을 세세하게 전달하기 위해 배우들의 얼굴을 당겨찍는 극강의 ‘클로즈업’을 한다. ‘육룡이 나르샤’ 역시 이 같은 연출을 하는데, 덕분에 천호진의 급변하는 감정이 세세하게 전달됐다. 천호진이 보여준 이날의 극적인 반전은 그의 뛰어난 연기를 다시 한 번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이게 바로 배우 천호진이다. / jmpyo@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