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육룡이’에 투영된 헬조선, 흘러간 역사 아니다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12.09 14: 00

세상이 팍팍할수록 고통을 겪는 이들은 민초들이라는 것, 국가는 백성을 품는 거대한 가족이 돼야 한다는 것.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가 백성들이 고단한 삶으로 아우성인 고려 말의 시기를 담으며 하는 강렬한 이야기다. 분명히 흘러간 역사를 바탕으로 가상의 이야기를 하는 ‘팩션 사극’인데 어딘지 모르게 현재 2015년 대한민국의 이야기와 많이 닮아 있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는 조선 건국의 기틀을 세운 여섯 명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이 왜 고려를 전복시키려고 하는지, 왜 새 나라를 세우려고 하는지 이야기가 벌써 20회 동안 담겼다. 특히 이 드라마는 위화도 회군을 담으면서 본격적인 2막이 열렸다. 
조선의 첫 번째 왕이 될 이성계(천호진 분)는 지난 8일 방송된 20회에서 요동정벌이라는 정치싸움의 결과물 때문에 민초들이 더 이상 고통받는 것을 견딜 수 없게 됐다. 그는 위화도회군이라는 고려에 대한 반역이자 백성을 살릴 유일한 희망의 신호탄을 터뜨렸다. 동시에 새 나라를 세우기 위한 커다란 분수령이 된 사건이었다.

이 드라마는 위화도회군을 통해 안방극장에 강렬한 이야기를 전했다. 국가가 무엇인지, 그리고 진정한 지도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을 했다. 이성계는 자신이 백성들에게 선망을 받고 대업을 세운 장군이지만, 왕의 자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가족을 위한 정치 길을 걷고 있다는 것. 허나 명분과 실리 없는 대의를 위해 전쟁을 벌이는 고려 왕실과 최영(전국환 분)의 행태에 분노한 이성계는 결국 회군을 선택했다. 이성계를 설득한 이는 바로 정도전(김명민 분)이었다. 
가족의 범위를 넓혀 백성을 살핀다면, 그게 진정한 지도자이자 진짜 국가가 해야할 일이라는 것. 이미 자치 지역 백성들을 먹고 살 수 있도록 보살폈던 지도자이기에 이를 삼한 전체로 넓힌다면, 두려움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게 정도전의 설파였다. 결국 백성이 있어야 국가가 있고, 국가는 백성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육룡이 나르샤’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다. 물론 앞으로 조선을 세우고, 뼈대를 튼튼하게 하는데 있어서 건국의 주체들끼리의 가치관 차이로 인한 갈등은 예상되나 왕과 지도자가 아닌 백성이 국가의 근본이라는 것은 쭉 이어나갈 이야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통 정치를 다루는 사극은 아무리 흘러간 역사라고 해도 우리 현실 정치와 맞닿을 수밖에 없다. 제작진이 현재와 연계성이 있는 이야기를 하거나, 시청자가 현실 정치를 투영해서 정치 갈등을 바라보는데, ‘육룡이 나르샤’는 제작진의 의도와 시청자의 공감이 적절히 어우러졌다. 백성을 위한 나라를 꿈꾸나, 분명히 이 기조가 또 다시 흔들릴 것임을 알기에 이 드라마를 단순히 재미 삼아서 볼 수만은 없다. 정치인들이 보면 뜨끔할 드라마, 시청자들이 접하면 오늘의 정치 소식을 떠올리면서 답답할 드라마, 그래서 자꾸 보게 되는 드라마가 ‘육룡이 나르샤’다. / jmpyo@osen.co.kr
[사진]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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