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세 자만으로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 수 있을까. 소지섭이라면 가능하다. 다부진 체격에 남자다운 이목구비의 잘생긴 외모뿐만 아니라, 배우로서의 필수 조건인 연기력까지 갖춘 그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소지섭의 매력이 진가를 발휘하는 장르는 멜로다. 그 예로 지난 2003년 ‘천년지애’부터 2004년 ‘발리에서 생긴 일’, ‘미안하다, 사랑한다’, 2013년 ‘주군의 태양’, 그리고 현재 방영 중인 ‘오 마이 비너스’까지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며 ‘멜로킹’의 자리를 굳건히 했다.
놀라운 것은 소지섭이 연기했던 캐릭터들의 성격이 모두 다르다는 것. 때론 부드럽게, 때론 거칠게 변신하며 여심을 들었다 놨다 했던 그의 작품 속 대표적인 캐릭터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봤다.
# ‘발리에서 생긴 일’의 강인욱
‘발리에서 생긴 일’은 네 젊은이들의 치명적이고 슬픈 사랑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멜로드라마로는 여전히 회자될 정도로 진한 로맨스와 파격적인 결말로 인기를 끈 바 있다.
특히 소지섭이 연기한 강인욱은 부모의 이혼과 엄마의 복잡한 남성편력, 지긋지긋한 가난, 애정결핍. 어릴 때부터 누구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캐릭터로, 강한 남성미와 어딘가 모성애를 자극하는 상처받은 눈빛을 동시에 가지며 여심을 자극했다.
재벌 3세 캐릭터의 시초 격이었던 조인성의 정재민과 그와 정반대인 소지섭의 강인욱, 두 사람의 매력을 비교하며 보는 것 역시 이 드라마의 또 다른 매력.
#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최무혁
멜로드라마의 레전드인 ‘미안하다, 사랑한다’. 그 중에서도 차무혁 캐릭터는 괴팍하고 거칠고, 다혈질에 싸움꾼인 멜로드라마에서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전무후무한 성격으로 눈길을 끌었었다.
차무혁은 어렸을 적 친모에게 버림받고 두 살 때 호주로 입양됐지만, 양부에게 학대를 당한 뒤 결국 가출을 택하며 길가의 쓰레기처럼 살아온 인물이다. 거칠어 보이지만, 사랑하는 여자한테만은 온 마음을 다하는 모습 역시 여심을 자극했다.
그는 “밥 먹을래 나랑 뽀뽀할래. 밥 먹을래 나랑 같이 잘래. 밥 먹을래 나랑 같이 살래. 밥 먹을래 나랑 같이 죽을래”라는 명대사로도 많이 기억되고 있다.
# ‘주군의 태양’의 주중원
‘발리에서 생긴 일’과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는 다소 어두운 역을 연기했다면, ‘주군의 태양’에서는 한층 밝고 유쾌한 소지섭의 매력을 엿볼 수 있었다.
‘주군의 태양’ 속 주중원은 거대한 복합쇼핑몰 ‘킹덤’의 사장으로, 인색하고 야박하고 계산적인 성격을 지녔다. 쇼핑몰 사장이라는 설정답게 화려하면서도 시크한 패션과 더불어, 차갑지 그지없는 말투조차 매력적이다. ‘로코믹 호러 드라마’라는 생소한 장르마저 제 옷을 입은 듯 완벽하게 소화해냈던 소지섭을 재발견할 수 있었던 작품.
# ‘오 마이 비너스’의 김영호(존 킴)
그런가하면 ‘오 마이 비너스’의 김영호는 소지섭이 해왔던 드라마 속 역할들 중 가장 밝고 코믹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어릴 적 세상을 뜬 엄마와 아픈 다리, 그리고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막중한 부담감을 떠안고 있지만 주은(신민아 분)과 티격태격 로맨스를 그릴 때만큼은 그보다 더 유쾌하고 부드러울 수 없다.
또한 극중 스타 트레이너인 그는 조각 같은 몸은 물론, 츄리닝 패션으로도 감출 수 없는 ‘소간지’ 포스를 뽐내며 또 한 번 여심 공략에 나서고 있다. / jsy90110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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