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대중은 개돼지들입니다."
영화 '내부자들' 속 이강희(백윤식)의 대사다. 극중 이강희는 유명 논설위원으로 정재계를 잇고 전체적인 판을 설계하는 인물. 그가 여론몰이를 자신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대중을 객관적인 판단이 불가한 '개돼지들'로 치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연예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인 '신은경 사태'를 보자면, 대중을 얕잡아 봤다가는 오히려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입증됐다. 대중은 단순 여론몰이에 휩쓸릴 정도로 우매하지 않다.
前 소속사 대표, 前 남자친구와 민·형사 소송에 휩싸여 논란의 도마에 오르고, 前 시어머니의 인터뷰까지 공개돼 '거짓 모성애'로 대중의 눈총을 받고 있던 신은경. 그런 그가 일부 기자들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터뷰까지 응했다.
'당사자가 왜 입을 열지 않느냐'는 눈총에 드라마 촬영을 끝낸 신은경이 뒤늦게 입을 연 것. 사건 당사자 말 한마디는 당연히 그 어떤 주변 인물들의 말보다 더 큰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신은경의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며 신중을 기했던 대중들은 신은경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 오롯이 집중했다. 자칫 잘못된 오해로, 억울한 이가 나오면 안 된다는 우려에서였다.
지난 8일, 신은경의 법률대리인 대석합동법률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마주한 신은경의 인터뷰가 쏟아졌다. 같은날 저녁에 방송된 MBC '리얼스토리 눈'에서는 신은경이 직접 출연해 인터뷰에 응했다.
그 결과, 대중은 오히려 신은경에게 등을 돌렸다. 논란의 요점에 대한 답변이라기보다는, 논점을 겉도는 애매모호한 표현은 물론이거니와, 감정에 호소하거나, 자신의 '공황장애' 증상을 부각시키는 모습. 이는 확실히 대중이 원했던 답변과는 거리가 멀었다.
내용을 따져봐도 마찬가지다. 8년 동안 2번 아이를 봤다는 전 시어머니의 하소연에 "내가 되묻고 싶다"고 자신있게 반문을 하면서도, 마지막으로 아이를 본 날이 명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더욱이 놀이터에 데리고 나온 아이를 그저 멀리서 지켜봤다는 해명 역시, 모성애를 지닌 수많은 '엄마'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그런 신은경과 달리 "억울하다"며 각자의 입장을 내놓은 前 시어머니, 前 남편의 친구, 前 백화점 직원, 前 소속사 대표, 前前 소속사 대표 등의 폭로는 한 목소리에 가까울 정도다.
이제는 양측 입장이 대중에게도 충분히 공개됐다. 이제는 "국민과 언론을 상대로 계속해 허위로 거짓을 유포하고 회사에 대한 명예를 훼손하면, 증거를 들고 공식 기자회견을 열겠다"는 전 소속사 런엔터테인먼트 고 모 대표의 구체적인 입장 정도만 남았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물론 이 정도로 판단을 확정짓기에는 위험하다. 선량한 피해자가 생기는 것은 마지막까지 주의를 요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의 누군가의 폭로 보다는 누가 이제껏 거짓으로 여론을 호도하려고 했는지가 법을 통해 명명백백 밝혀져야 한다. / gato@osen.co.kr
[사진] '리얼스토리 눈'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