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6개월 만에 지상파 작품으로 돌아온 유승호의 선택은 역시 옳았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변호인’의 윤현호 작가의 탄탄한 대본 위에서 한층 더 성숙해진 매력을 뽐낸 유승호의 깊어진 눈빛은 초반부터 강력한 몰입도를 발휘했다. 탄탄한 대본과 섬세한 연출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이 작품에서 유승호는 시청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연기력을 보여주며 지상파 작품으로의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9일 오후 첫 방송된 SBS 새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 1회에서는 진우(유승호 분)가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와중에 살인죄 혐의를 쓴 아버지 서재혁(전광렬 분)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서재혁은 자신의 아들인 진우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그의 변호인으로 대했다. 진우는 “내 모든 걸 걸고 서재혁 씨를 꺼내겠다. 그러니 기억 안 나도 기억하라.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며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재혁에게 당부했다. 재혁은 그런 진우의 모습을 보고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기억에 힘들어 하더니 “변호사님, 혹시 저에게 아들이 있었나요”라고 물어 진우를 슬프게 했다.
진우는 “잘 기억해보세요. 잃어버린 기억처럼 아주 가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고 재혁은 알 수 없는 감정에 눈물을 흘렸다. 진우는 재혁의 면회를 마치고 나온 뒤 “아빠 조금만 기다려. 내가 꺼내줄거야”라고 생각했다.
특히 유승호는 꿈속에서 재혁이 교수형을 당하자 “제발 우리 아빠를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모습으로 첫장면부터 강력한 몰입도를 발휘했다. 이어진 면회 장면에서는 눈앞의 아빠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한 채 그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가득찬 눈빛을 보여 그가 앞으로 보여줄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또 유승호는 재혁과의 행복한 일상을 연기하며, 사이좋은 부자의 정을 자연스럽게 연기해 이들의 행복한 생활에 찾아온 비극적인 사건이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궁금증을 더했다.
또한 인아 역 박민영과 만나는 장면에서는 남다른 기억력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인아는 지갑을 소매치기 당하자 버스의 승객을 모두 데리고 경찰서에 갔고, 그 곳에서 진우를 범인으로 지목한 것. 이에 진우는 사건이 발생했던 정확한 시간과 인아의 옆에 앉아있던 사람, 범인의 인상착의, 범인이 타고 떠난 차량 번호판까지 모두 기억해내 인아를 놀라게 했다. 인아는 “이렇게 사소한 것까지 어떻게 기억하냐”고 물었고 진우는 “내 기억은 하나도 놓치지 않아”라고 말했다. 특히 유승호는 방대한 양의 대본도 특유의 깊은 발성으로 전달력을 높이며 긴장감을 잡았고, 모든 것을 기억하는 이 캐릭터의 특징을 시청자에게 단번에 설명해내 호평을 끌어냈다.
‘리멤버’는 이날 방송에서 유승호의 캐릭터 외에도 유승호의 조력자가 될 조폭 변호사 박동호(박성웅 분)와 절대 악역 일호 그룹 후계자 남규만(남궁민 분) 등 개성 강한 캐릭터를 임팩트 있게 그려내 시선을 끌었다. 숲속에서 길을 잃게 된 재혁이 규만과 만났다가 강간살해 당한 정아(한보배 분)의 시체를 발견하면서 시작된 무겁고 비극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이들의 이야기는 미드식의 빠르고 촘촘한 사건 전개와 한국식 멜로의 조화로 시청자를 끌고갈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리멤버’는 억울하게 수감된 아버지의 무죄를 밝혀내기 위해 거대 권력과 맞서 싸우는 천재 변호사의 휴먼 멜로를 표방한다. 영화 ‘변호인’ 윤현호 작가의 안방극장 데뷔작이다./jykwon@osen.co.kr
[사진]‘리멤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