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변호인’ 윤현호 작가의 안방극장 데뷔작인 ‘리멤버’가 영화와도 같은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며 시청자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드라마의 주요 사건이 초반부터 등장, 캐릭터를 동시에 설명한 ‘리멤버’는 눈을 뗄 수 없는 60분간의 긴 호흡 속에 다양한 관전포인트를 선사했다. 2년 6개월 만에 지상파 작품으로 복귀한 유승호의 폭넓은 연기는 물론, 살아 숨쉬는 캐릭터의 향연이 앞으로의 이야기를 궁금하게 했다.
지난 9일 첫 방송된 SBS 새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 1회에서는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서재혁(전광렬 분)이 서촌 여대생 살인 사건 혐의로 복역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는 기억을 잃고 길을 헤매다 들어선 숲 속에서 정아(한보배 분)의 시체를 발견했는데, 일호 그룹 후계자 남규만(남궁민 분) 대신 진범으로 지목돼 억울한 옥살이를 시작하게 된 것. 특히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 재혁과 달리 과잉기억증후군으로 고통 받는 아들 진우(유승호 분)는 자신조차 잊은 아버지를 구하기 위한 고군분투를 시작하면서, 이 드라마의 묵직한 출발을 알렸다.
또 진우가 인아(박민영 분)를 만나는 장면에서 보여준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캐릭터 설명은 진우와 인아의 강렬한 첫만남과 더불어 시청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했고, 입체적인 조폭 변호사 박동호(박성웅 분), 절대 악역 일호 그룹 후계자 남규만(남궁민 분) 등 개성 강한 캐릭터는 매 씬 마다 임팩트 있게 등장해 극을 탄탄히 세웠다. 여기에 강간살인이라는 강력한 소재가 펼쳐진 ‘리멤버’는 이 사건을 통해 달라지는 인물의 표정 변화를 뚜렷이 읽을 수 있어 무거운 극에 시청자가 쉽고 빠르게 몰입하게 했다.
또한 유승호의 한층 더 깊어진 눈빛은 초반부터 시청자를 단단히 잡았다. 탄탄한 대본과 섬세한 연출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이 작품에서 유승호는 기대에 부응하는 연기력으로 지상파 작품의 성공적인 복귀를 알린 것. 유승호는 “제발 우리 아빠를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모습으로 첫장면부터 강력한 몰입도를 발휘했다. 아빠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한 채 드러내는 믿음직한 눈빛은 유승호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이처럼 윤현호 작가는 비극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이들의 이야기를 빠른 전개 안에 촘촘히 배치, 어둡지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이야기를 써내려가 시선을 끌었다. 윤현호 작가의 ‘변호인’은 ‘부림사건’을 모티프로 80년대 대한민국의 시대상을 담아내며 지난해 1,130만이라는 관객을 모은 바 있는데, 중장년층 관객까지 소통하는데 성공했던 윤현호 작가는 안방극장에서도 특유의 굵직하면서도 섬세한 필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을 것으로 전망됐다.
‘리멤버’는 억울하게 수감된 아버지의 무죄를 밝혀내기 위해 거대 권력과 맞서 싸우는 천재 변호사의 휴먼 멜로. 드라마 속 모든 사건은 실화를 모티프로 했다는 윤현호 작가의 말처럼, 높은 긴장감을 선사하는 ‘리멤버’의 이야기는 생생한 법정신 묘사와 더불어 미드식의 빠르고 촘촘한 사건 전개와 가족애, 멜로 등의 조화로 시선을 사로잡을 것으로 예상됐다. /jykwon@osen.co.kr
[사진]‘리멤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