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원조 에이스로 사랑을 받았던 이승호(34)가 친정으로 돌아온다. SK는 이승호 영입을 통해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는 9일 구단 보도자료를 통해 “KBO 신인왕 출신이자 팀의 원조 에이스인 이승호를 영입했다”라고 밝혔다. 이승호는 최근 NC가 발표한 보류선수 명단에서 빠져 있어 자유로운 신분이 됐으며 이승호의 거취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SK가 전격 영입하며 현역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이승호는 2000년 SK에 입단해 데뷔 첫 해 10승12패9세이브를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했으며 선발과 중간을 가리지 않고 뛰며 SK 왕조 건설을 이끈 공신 중 하나다. 2011년 종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롯데로 이적했고 2012년 시즌 뒤에는 NC의 보호선수 외 특별지명으로 다시 팀을 옮겼다. 그러나 NC 이적 후 2013년 12경기, 2015년 1경기 출전에 그치며 하향세를 보였다.

하지만 SK는 이승호에 대해 시즌 중반부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이승호는 시즌 중에도 몇 차례 체크를 했었다. 아직은 쓸 만한 자원으로 판단했다”라며 이승호 영입이 즉흥적으로 추진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했다. SK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까지 130km 후반대의 볼 스피드를 유지하면서 슬라이더와 느린 커브를 가다듬고 서클체인지업을 연마 중에 있었다”라며 이승호에 대해 지속적으로 조사를 했음을 드러냈다.
SK가 갑자기 이승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세 가지 이유로 풀이된다. 우선 표면적으로는 약해진 왼손 불펜 전력에 대한 보험 마련이다. SK는 팀 불펜의 핵심이었던 정우람이 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나 왼손 전력이 현격하게 약해졌다. 사실상의 재활을 모두 마치고 부활의 날개를 펼 준비를 하고 있는 박희수, 올해 트레이드로 영입한 신재웅이 있지만 양적으로 다소 부족한 감을 지우기 어렵다.
현재 SK는 올해 중반 영입한 원용묵이 히든카드로 대기하고 있다. 제구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봉민호 또한 왼손 기대주다. 다만 대기할 자원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이승호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영입할 수 있는 선수였다. 이승호는 몸 상태에 대한 논란에 “최근 몇 년간 많은 이닝을 던지지 않아 어깨와 몸 상태는 좋다”고 자신했다. 전성기만한 기량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활용을 잘 한다면 쏠쏠한 카드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프랜차이즈 스타 영입이다. SK는 최근 FA 시장에서 정우람 윤길현 정상호라는 팀의 주축 선수들을 한꺼번에 잃었다. 금액이 맞지 않은 결과였다. 오랜 기간 팀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의 이탈에 팬심이 허탈해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이런 상황에서 SK의 원조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승호의 영입은 팬심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야구계에서는 마지막 보상선수 지명을 놓고 전략적인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SK는 최근 LG로 떠난 정상호의 보상선수로 우타거포 요원인 최승준, 롯데로 떠난 윤길현의 보상선수로 전천후 베테랑 불펜요원인 김승회를 선택했다. 롯데가 심수창의 보상선수로 박한길을 선택한 가운데, 이제 SK는 한화로부터 정우람의 보상선수 명단을 받는다.
SK는 지금까지 “한화에서 보상선수는 왼손 불펜 요원을 택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내부 분위기가 있었다. 타선은 어느 정도 보강이 됐고, 미래보다는 윤길현의 공백을 당장 메울 선수로 김승회를 선택한 만큼 정우람의 보상선수도 왼손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을 한화가 모를 리는 없었다. 하지만 이승호의 재기 가능성을 확신하고 영입에 나선 SK는 이제 굳이 왼손 불펜에 목을 매달 이유가 없어졌다.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뜻이다. 이에 SK는 한화의 보상선수는 포지션에 국한되지 않고 ‘가장 가치 있는 선수’를 뽑겠다는 심산이다. 투수든, 야수든 성장 가능성과 현재 기량을 모두 종합한 뒤 최고의 선택을 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호의 영입으로 포지션별 안배에 그나마 여유가 생긴 만큼 의외의 깜짝 지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