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문화가 발달한 한국인의 식탁에는 매 끼니마다 국물이나 찌개가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과거 배우 김현주가 출연했던 우동 CF에서는 “국물이 끝내줘요”라는 말이 우동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수식어가 되기도 했다. 게다가 한국인에게 있어 우동이란 시간이 없을 때 간단히 한 끼 식사를 때울 수 있는 간편한 음식이란 인식이 강해 면보다는 뜨거운 국물에 중점을 두고 먹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우동의 진짜 맛은 국물이 아닌 바로 면에 있었다.
지난 9일 방송된 tvN '수요미식회‘에서는 ’우동‘을 주제로 방송인 박은지와 이계한 셰프가 게스트로 출연해 미식 토크를 펼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출연한 이계한 셰프는 일본에서 정통 우동 기술을 배워 와 우동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한 우동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우동이란 음식의 매력에 대해 “한 그릇을 만들기 위해 12시간, 길게는 24시간 이상 반죽을 치대고 숙성 시키면서 장시간을 들이는 음식이다. 단순하지만 작품 같은 매력이 있다”라고 전하며 그만큼 우동 면에 들이는 정성을 중요시 여기고 있었다. 또한 일본의 3대 우동이라 불리는 사누키 우동, 이나니와 우동, 미즈사와 우동 중 반죽을 차지게 해 면을 주로 먹는 사누키 우동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이계한 셰프는 이를 처음 접한 후 “국물이 우동 맛의 전부가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최현석 셰프 역시 “면에서 맛의 차이를 만들 수 있는 깊이가 더 있다”라며 다양한 면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우동에 대해 얘기했다.
이렇게 우동의 맛을 좌우하는 면의 맛있는 기준에 대해 일본에서는 목청을 치는 탄력을 꼽고 있었다. 특히 사누키 우동은 굵은 면발을 뜨거운 물에 빠르게 삶아내 겉은 물을 흡수해 촉촉한 반면 속은 심이 살아있어 후루룩 당겼을 때 목청을 탁 치는 듯한 면발이 맛의 포인트였다. 굵은 면을 빨아 당김으로서 입술에 와 닿는 탄력을 기분 좋게 즐기는 것 역시 우동의 맛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였다. 이어 이계한 셰프는 우동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공개했다. 이는 바로 면발이 불기 전에 빨리 먹는 것이었다. 음식이 나온 후 사진을 찍는 동안 면이 불어나 우동 본연의 맛을 느끼기 힘들어지므로 면이 물을 흡수하기 전에 빠른 시간에 먹는 것이 우동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노하우였다. 또한 소리를 내면서 먹는 것 역시 또 하나의 방법이었다. 공기와 함께 면을 넘기면 맛과 향을 더욱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우동을 먹을 때만큼은 소리 나는 것을 신경 쓰지 않고 입안에 감기는 면의 맛을 즐기는 것이 중요해 보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이제 음식에도 해당됐다. 물론 우동의 맛을 즐기는 데 있어 면과 조화를 이루는 국물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동안 소홀히 여겨왔던 면에 초점을 맞추고 우동의 맛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음식에 가져왔던 오랜 편견과 선입견을 버린만큼 새로운 맛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한편 ‘수요미식회’는 이름난 식당에 숨어있는 음식의 역사와 유래,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이야기하는 토크쇼다. 매주 수요일 오후 9시 40분 방송. / nim0821@osen.co.kr
[사진] ‘수요미식회’ 방송화면 캡처